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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추억

시간 걸리지만 이천참사 가족 찾는 것이 중요

by junghwan 2017. 4. 1.

3년 만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는 이제 목포신항에서 육상 거치 작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무고한 생명을 숱하게 앗아간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니다. 이런 측면에서 신문사 재직 시절 이천 화재참사의 시신 확인 작업을 지휘했던 정낙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집단사망자 관리단장을 인터뷰했던 기사를 공유해 봅니다.


<기사 및 사진 출처: 매일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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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걸리지만 이천참사 가족 찾는 것이 중요 
이천참사 현장 시신확인 지휘 정낙은 국과수단장


"시신을 확인하는 일이 아무리 고되다 한들 유가족들의 슬픔보다 더 하겠습니까. 마지막 한 구의 시신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40명의 안타까운 목숨을 앗아간 이천 냉동창고 화재참사 희생자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연일 밤샘 작업을 하고 있는 정낙은(51)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집단사망자 관리단장.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 등 대형 참사에서 시신확인 작업을 진두지휘해온 최고 베테랑이지만, 늘 그랬듯이 참담한 심정은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


정 단장은 "이런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며 "시신이라도 찾으려는 유가족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볼 때면 쏟아지는 눈물을 막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정 단장은 화재 발생 다음날인 지난 8일 팀원 30여명을 이끌고 사고현장에 급파됐다. 


이후 아침 8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계속되는 강행군 속에 희생자 시신을 수습하며 확인 작업에 총력을 쏟고 있다. 주요 참사 현장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정 단장에게도 이번 사고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시신들이 잿덩이로 변해버려 신원을 파악하는 일이 훨씬 힘들기 때문이다.


그는 "시신 훼손이 워낙 심해 지문 채취, 부검만으로는 정확한 신원을 가려낼 수 없어 유전자 정보를 담은 DNA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 단장과 국과수 직원들은 직계혈족을 중심으로 사고 희생자 40명의 연고자의 DNA를 모두 채취했다.

연고자 확보가 어려운 중국 동포 희생자의 경우 이들이 머물던 여관방에서 발견된 칫솔, 귀후비개 등을 수거해 DNA를 확보했다. 이들 DNA를 시신에서 채취한 DNA와 정밀 대조 확인함으로써 희생자를 하루라도 빨리 가족 품에 돌려주기 위해서다.

정 단장은 한없이 길게 느껴질 수 있는 DNA 확인 과정에서 유가족들이 '뜨거운 감정'이 아닌 '차가운 이성'을 가져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정 단장은 "시신의 정확한 인도를 위해서는 희생자와 유족들의 DNA를 일일이 대조해 가족관계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이 완료돼야 한다"며 "북받치는 눈물을 억누르기가 쉽지 않겠지만 이성을 찾고 조금만 기다려 주기를 바란다"며 유가족의 협조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