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인문학을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해법을 인문학에서 찾는 노력이 더 이상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특히 생존의 문제에 직면한 기업들에 인문학적 사고의 중요성은 갈수록 각광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신문사 재직 시절 진행했던 인터뷰 기사를 공유하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일본 도쿄에서도 만남을 가졌던 독특한(?) 이력의 독일인 교수입니다.
<기사 및 사진 출처: 매일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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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위기 해법 인문학서 찾아라
신학, 역사학 박사 리퍼트 성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경제학만으론 한계...CEO는 철학적사고 필요
"당신이 한 대형 완성차업체 CEO(최고경영자)라고 가정해 봅시다. 현재 시장에서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찾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SUV가 환경 친화적 차량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SUV를 계속 만들어야 할까요, 아니면 생산을 중단해야 할까요? 인문학은 CEO들이 어려운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필요한 구조적 틀을 제공해 줍니다."
신학과 역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독특한 경력이 말해주듯,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스테판 리퍼트(40)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 초빙교수의 말에는 거침이 없었다. 한국에서의 강의를 끝내고 지난 23일 기자와 만난 리퍼트 교수는 "위기의 시대, 인문학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리퍼트 교수는 인문학이 어떻게 딜레마에 처한 CEO에게 힘이 될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전통 경제학 이론에 따라 CEO들은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해왔다"며 "하지만 경제위기 속에 이윤 중립적 혹은 오히려 이윤을 감소시키는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완성차업체 CEO는 수익 추구, 환경 보호라는 양립하기 힘든 가치 사이에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이런 경우 인문학은 소비자들에게 환경 보호의 필요성을 교육하면서 SUV 수요를 줄이는 것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문학 자체가 직접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하지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줌으로써 CEO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리퍼트 교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금융위기가 계속되면서 기업경영에 있어 인문학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2007년까지는 전세계 경제가 성장세를 보이면서 CEO들이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기업을 이끌어도 큰 문제가 없었다"며 "하지만 시대가 급변하고 있는 만큼 자동차, 전자 등 모든 업종에 걸쳐 인문학적 사고 없이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하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간 이성의 합리성을 전제한 기존 경제학이 더 이상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꼬집은 리퍼트 교수는 인간 행동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철학적 사고를 제공하는 인문학의 개념이 기업 경영에 적극 적용됨으로써 소비자를 포함한 주주, 종업원 등 이해관계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는 "행동 경제학, 진화 생물학, 사회학, 심리학 등을 종합해 인간의 행동을 깊이 있게 조망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CEO들은 기업과 사회 모두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기업을 경영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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