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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주저리/정치 경제

박근혜 전 대통령 첫 공판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by junghwan 2017. 5. 23.

'死孔明走生仲達(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잡다)' 

소설 삼국지에 등장하는 일화에서 유래된 표현입니다. 한국 사회에 2017년 5월 23일만큼 이 말이 들어 맞는 날도 없을 것 같습니다. 두 명 전직 대통령의 운명이 공교롭게도 같은 날 대척점을 향해 엇갈렸기 때문입니다.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뇌물수수 등 혐의 첫 공판이 열렸습니다. 검은색 사복 차림에 올림머리를 한 박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31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지 53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진행된 이날 공판에는 박 전 대통령 외에 최순실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했습니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국가 원수로는 세 번째로 법정에 선 박 전 대통령은 재판이 진행된 3시간 내내 굳은 표정이었습니다. 재판부의 질문에 짧고 담담하게 답한 박 전 대통령은 40년 지기 최씨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검찰과 변호인이 날선 공방을 벌인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은 검찰 및 특별검사 수사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혐의와 관련된 공소 사실을 모두 부인했습니다. 법원이 검찰과 특검이 따로 기소한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뇌물 사건을 함께 묶어서 재판하기로 함에 따라 오는 10월경 1심 선고가 나올 전망입니다.

한편 23일 오후 경상남도 김해 봉하마을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이 열렸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역대 최대 규모인 5만여 명의 시민이 추도식을 다녀가며 노 전 대통령을 마음에 담았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정치적 동지였던 문재인 대통령도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이날 추도식에 참석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이 시민의 힘으로 부활했다"면서 "다 함께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고 특별한 작별 인사를 남겼습니다. 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역에 헌화 및 분양, 묵념을 하는 것으로 2시간 가까이 이어진 추도식은 끝을 맺었습니다. 

이렇듯 헌법 유린의 대가를 치르기 위해 법의 심판대에 선 한 전직 대통령과 그 어느 때보다도 따뜻한 국민적 관심을 받은 다른 전직 대통령의 명암은 극명하게 나뉘었습니다.

<사진 출처: YTN 및 연합뉴스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