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선9

동남아 대지에 잠들어 있는 조선의 흔적(7) 동남아 대지에 잠들어 있는 조선의 흔적 묘지 여기저기에서 낙서가 발견됐고, 파손 및 변색의 자국도 역력했다. 서울의 현충원과 같은 광경을 예상했던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거의 방치돼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묘지들의 상황도 엇비슷했다. 심지어 무덤 옆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연을 날리며 왁자지껄 떠드는 현지인들도 쉽게 눈에 띄었다. 마치 주말을 맞아 나들이를 나온 가족 및 친구들 같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공동 묘지를 일상의 공간으로 받아들이고, 그래서 허영의 묘지도 엄숙함과는 거리가 먼 것일까'라는 생각이 문득 스쳐갔다. 쓰레기를 한편으로 치우고 허영의 출생과 사망 시점을 알려 주는 묘지를 카메라에 담은 뒤 자세한 정보를 구하기 위해 관리인 사무실로 발걸음을 뗐다. 2018. 9. 4.
광복 70주년과 일본 내 한국 문화유산(3) 광복 70주년과 일본 내 한국 문화유산일본민예관과 왕인 박사 기념비를 통해 살펴본 일본 속의 한국 실제 2층 한 켠의 조선반도 전시실에서 중년 일본 여성들이 청화백자의 유려한 곡선에 연신 탄성을 내뱉었던 장면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사진 촬영이 금지된 까닭에 지면을 빌어 한국 유산을 소개할 수 없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을 정도입니다. 본관을 나와 민예관 한국 소장품의 장본인 야나기 무네요시가 거주했던 맞은편 2층 집으로 향합니다. 서재, 가족 사진, 응접실 등 생전의 야나기 무네요시의 흔적을 담고 있는 전형적인 일본식 목조주택입니다. (야나기 무네요시는 조선과 조선의 예술을 사랑해 류종열(柳宗悅)이라는 한국식 이름을 쓴 것으로 유명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문화 식민주의를 가장한 동정에 불과하다는 .. 2017. 8. 29.
박물관에서 만난 한국의 반 고흐(3) 18세기 시대정신을 화폭에 담았던 중인 출신 예술가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최북 탄신 300주년 기념전'을 다녀오다 지난 2013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던 '최북 탄신 300주년 기념전'에 다녀왔습니다. 최북의 그림 세계를 조금 더 가깝게 느껴보고 싶어서였습니다.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그의 작품 20여 점이 2층 회화실 한 켠에 아담하게 전시돼 있었습니다. 개인 소장품인 풍설야귀인도를 직접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호생관산수화훼도첩', '술에 취해 잠든 어부', '매화 아래 꿩 한쌍' 등을 차례로 둘러봤습니다. 아마추어의 얕은 감상으로도 서정적이지만 대담한 분위기의 붓질, 중국이 아닌 조선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묘사가 두드러졌습니다. 산과 물은 물론 화조영모화, 인물화 등에 두루 능했다는 .. 2017. 8. 20.
한반도 속의 작은 한반도(2) 한반도 속의 작은 한반도, 강원도 영월을 가다한반도를 닮은 자연과 단종이 유배된 역사의 고장 영월의 자연 만이 작은 한반도라는 별명(?)을 가져다 준 것은 아닙니다. 역사적으로도 영월은 한반도가 동생으로 삼을 수 있는 지역입니다. 조선의 6번째 임금이었던 단종의 유배지가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숙부 수양대군(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긴 소년 왕 단종은 1456년 6월 영월 땅으로 한(恨) 많은 유배길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삼 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사실상 외딴 섬이나 다름 없는 청령포에 유배됐습니다. 이듬해 영월 읍내의 관풍헌으로 옮겨왔지만, 결국 1457년 10월 사약을 받고 17년의 짧디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후 동강에 버려진 시신은 200여 년이 흐른 숙종 때 단종이 복원되면서 비로소 장릉에 안식.. 2017. 8.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