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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주저리/국제 이슈

동남아 대지에 잠들어 있는 조선의 흔적(7)

by junghwan 2018. 9. 4.

동남아 대지에 잠들어 있는 조선의 흔적


묘지 여기저기에서 낙서가 발견됐고, 파손 및 변색의 자국도 역력했다. 서울의 현충원과 같은 광경을 예상했던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거의 방치돼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묘지들의 상황도 엇비슷했다. 심지어 무덤 옆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연을 날리며 왁자지껄 떠드는 현지인들도 쉽게 눈에 띄었다. 마치 주말을 맞아 나들이를 나온 가족 및 친구들 같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공동 묘지를 일상의 공간으로 받아들이고, 그래서 허영의 묘지도 엄숙함과는 거리가 먼 것일까'라는 생각이 문득 스쳐갔다. 쓰레기를 한편으로 치우고 허영의 출생과 사망 시점을 알려 주는 묘지를 카메라에 담은 뒤 자세한 정보를 구하기 위해 관리인 사무실로 발걸음을 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