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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주저리/정치 경제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과 세월호 목포신항 도착

by junghwan 2017. 3. 31.

2017년 3월 31일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잊을 수 없는 날이 될 것 같습니다. '비선 실세' 국정 농단 의혹 사건의 정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세월호가 침몰 1081일 만에 목포신항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우연의 일치인 듯 3월의 마지막 날 나란히 두 역사적 사건이 발생한 점도 극적 효과를 더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직 인양 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세월호와는 달리 구체제의 종말을 알린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수감이 상징하는 바는 무척 중요해 보입니다. 주지하다시피 박 전 대통령은 지난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해 구속 전 피의자 신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습니다. 

31일 오전 3시쯤 영장심사를 담당한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대기 중이던 박 전 대통령은 그대로 경기도 의왕시의 서울구치소로 이동했습니다.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 미결 수용자 신분으로 수감된 것입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은 상당 부분 예견됐다는 평가가 대부분입니다. 

실제 언론보도에 따르면, 강 판사는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예상보다 다소 빠른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습니다. 전직 국가원수로는 세 번째로 수의를 입고 주말을 보낸 박 전 대통령은 오는 4일 검찰 특수본(특별수사본부)의 조사를 받을 전망입니다.

박 전 대통령의 심리 상태와 경호 문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검찰이 직접 구치소를 방문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번 국정 농단 의혹 사건이 벌어진 이후 뇌물수수 등 각종 혐의를 부인하거나 변명으로 일관해 왔습니다. 

검찰 특수본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소환 조사에 거짓말을 반복하며 불응했고,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도 사실상 불복하는 등 헌정 질서를 부정하는 모습을 내비쳤습니다. 삼성동 자택에 돌아온 후 구속 수사를 피하기 위해 뒤늦게 검찰과 법원에 등장했지만, 자승자박(自繩自縛)이자 만시지탄(晩時之嘆)이었습니다. 

결국 영어(囹圄)의 몸이 된 박 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의 공범이자 핵심 피의자인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과 구치소에서 마주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같은 날 수면 위로 끌어 올려진 세월호는 목포신항에 안전하게 도착했습니다. 비록 침몰 후 3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기는 했지만, 양호한 기상 여건 속에 오는 6일까지 선체의 육상 거치를 완료하고 본격적인 선체 조사에 착수한다는 목표입니다. 

막바지 인양 과정에서 수첩, 휴대전화 등 유류품들이 발견되면서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들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서울구치소 여자 수용동 1층의 독방을 배정 받은 박 전 대통령이 뒤늦게나마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 )' 의미를 깨닫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사진 출처: JTBC, YTN 및 연합뉴스 TV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