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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북미 및 기타 지역

브라질 대학의 구걸 전통

by junghwan 2017. 2. 25.

2007년 2월이니 정확히 10년 전의 일입니다. 당시 신문사에서 대기업을 취재하던 저는 브라질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경유를 포함해 왕복 50시간이 넘는 첫 남미 출장길이었습니다. 이후 약 열흘 가량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로 등 주요 도시를 발품을 팔면서 부족하나마 브라질의 이모저모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삼바 축제를 일 주일 남겨놓고 있었던 '삼바의 나라'는 전반적으로 활기찬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극심한 빈부 격차와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으로 치안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출장 기간 내내 마음을 졸였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2016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 브라질을 다녀와 작성했던 기사를 공유해 봅니다^^  

<기사 및 사진 출처: 매일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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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대학의 구걸 전통

이달 9일 브라질의 경제 중심지 상파울루시의 빠울리스따(Paulista) 거리. 다국적 금융기관들이 밀집한 이 곳에 10대 후반~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학생 4명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은 장대비로 도로에 갇혀버린 차들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창문을 두드리며 구걸을 했다.


옷차림과 행색이 구걸과는 거리가 먼 학생들인 것 같아 어리둥절했던 것도 잠시. 기자와 동승하고 있던 현지 가이드의 설명에 모든 궁금증이 풀렸다. 이들은 바로 브라질 대학의 전통에 따라 구걸을 하고 있는 신입생들이었다.


현지 가이드 김민오씨는 "브라질 대학 신입생들은 합격과 함께 구걸을 하는 것이 오랜 전통"이라며 "선배들이 보는 앞에서 신입생들이 뒷풀이 비용 마련을 위해 구걸을 한다"고 얘기했다. 이 말을 듣고 보니 선배인 듯한 남여 대학생 3명이 길가 카페에 여유롭게 앉아 후배들이 구걸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브라질 대학 신입생들의 구걸 전통은 지난 190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브라질 최고 명문대인 상파울루주립대학(USP)에는 처음으로 법학과가 설립됐다. 최고의 엘리트 과정으로 꼽히는 법학과 탄생에 흥분한 상파울루 대학과 상파울루시는 신입생들에게 등록금, 식비 등 모든 비용을 면제해줬다.


학생들은 곧 공짜 생활에 익숙해졌고 이는 대학 생활과 관련된 모든 것을 구걸을 통해 공짜로 얻는 구걸 전통을 낳았다. 신입생들의 구걸은 이후 브라질 전역으로 퍼져 지금은 브라질 모든 대학 신입생들이 합격 후 구걸을 하고 있다. 구걸 외에도 브라질 대학 신입생 신고식은 혹독하기로 악명(?) 높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끝나면 선배들은 남자 후배들의 머리를 깎아 우스꽝스러운 모양으로 만든다. 또 여자 신입생의 경우 진흙탕에 빠뜨리기 일쑤다. 김민오씨는 "늦은 나이에 입학해 선배들이 구걸을 시키지는 않았지만 동기생들은 곧잘 머리를 깎였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오리엔테이션 후에는 선배와 후배가 금새 친해져 위계질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한편 브라질 대학은 하루 종일 수업이 있는 한국 대학과는 달리 대부분 오전반, 오후반, 저녁반으로 나눠 운영된다. 


학비는 평균 한 달에 1000헤알(한화 약 46만원) 수준이며 맥주를 좋아하는 나라답게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끼리 맥주를 마시고 귀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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