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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동남아시아

베트남인의 삶의 지혜 '시에스타(Siesta)'

by junghwan 2017. 2. 6.

태어나서 처음 해외에 나갔던 것은 2005년 봄이었습니다. 신문사 재직 시절 중국 난징과 항저우, 황산 등으로 출장을 갔는데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와 있다는 호기심에 체류 기간 내내 설렜습니다. 운 좋게도 출장이 많은 부서에 배치를 받아서 이후에도 아시아를 비롯해 북미와 유럽, 남미행 비행기를 종종 탈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이국의 색다른 문화와 관습 등을 지면을 통해 소개하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중에서 베트남 호치민에서 '시에스타(Siesta)'를 접하고 썼던 글을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지금은 비단 베트남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점을 알지만, 사회 초년병에게는 퍽이나 흥미로웠던 기억입니다^^

<기사 및 사진 출처: 매일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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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인의 삶의 지혜 '시에스타'


"시에스타는 프랑스와도 바꾸지 않겠다."
"포탄이 날아다니는 전장 한 가운데서도 시에스타는 지켜졌다."


이른 오후에 자는 낮잠 또는 낮잠 자는 시간을 뜻하는 '시에스타(Siesta)'는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삶의 일부이자 즐거움이다. 심지어 박물관 등 공공시설도 12시 30분~13시 30분에는 문을 닫을 정도다.

하지만 베트남의 낮잠은 지중해 주변의 스페인 및 라틴아메리카 등 원조 시에스타 국가들의 그것과는 다르다. 스페인(오후 1시~4시), 이탈리아(1시~3시 30분), 그리스(2시~4시) 등에서는 시에스타 동안 대부분 상점이 문을 닫고 오로지 잠에만 취한다. 하지만 베트남에서의 낮잠은 효율적인 휴식 시간의 의미를 갖는다.

기온이 30도 이상 기온이 올라가는 낮 시간 일의 능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만큼 낮잠으로 에너지를 보충하는 꿀맛 같은 시간이다. 즉 단순한 풍속의 차원을 뛰어넘어 오랜 세월 베트남 사람들이 구현해온 삶의 지혜인 것이다. 홍성원 한진해운 베트남 법인장은 "처음에는 현지 직원들이 점심식사 후 요를 깔고 바닥에서 자는 모습에 놀라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을 배회했다"며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처음에는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웃음을 내비쳤다.

베트남의 시에스타는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사회 현상이다.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보통 점심을 마치고 30분 가량 단잠을 잔다. 나광현 한진해운 과장은 "직원들이 도시락 등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한 뒤 12시 50분경부터 1시 30분까지 시에스타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일반 시민들도 태양빛이 작열하는 낮 시간 장소에 개의치 않고 조각잠을 잔다. 한 현지 교민은 "더운 대낮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들이 많다"며 "베트남인들은 힘들 때 쉬고 나중에 일하는게 편하고 효율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시에스타는 그 유래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포르투갈 남부 지방에서 시작돼 그리스 등 유럽을 거쳐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라틴아메리카 국가들로 전파됐다고 알려졌다. 스페인 등에서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시에스타를 없애자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30분 정도의 짧은 낮잠이 원기를 회복하고 지적 정신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