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대정신3

박물관에서 만난 한국의 반 고흐(3) 18세기 시대정신을 화폭에 담았던 중인 출신 예술가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최북 탄신 300주년 기념전'을 다녀오다 지난 2013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던 '최북 탄신 300주년 기념전'에 다녀왔습니다. 최북의 그림 세계를 조금 더 가깝게 느껴보고 싶어서였습니다.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그의 작품 20여 점이 2층 회화실 한 켠에 아담하게 전시돼 있었습니다. 개인 소장품인 풍설야귀인도를 직접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호생관산수화훼도첩', '술에 취해 잠든 어부', '매화 아래 꿩 한쌍' 등을 차례로 둘러봤습니다. 아마추어의 얕은 감상으로도 서정적이지만 대담한 분위기의 붓질, 중국이 아닌 조선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묘사가 두드러졌습니다. 산과 물은 물론 화조영모화, 인물화 등에 두루 능했다는 .. 2017. 8. 20.
박물관에서 만난 한국의 반 고흐(2) 18세기 시대정신을 화폭에 담았던 중인 출신 예술가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최북 탄신 300주년 기념전'을 다녀오다 붓 대신 손가락과 손톱을 사용해 몇 개의 선으로 묘사된 나무는 먹물색 만큼이나 살아 움직이는 듯 했습니다. 살을 에는 추위와 맞서 싸우며 종종걸음을 재촉하는 나그네와 동자에게서는 외로움과 연민이 깊게 몰려왔습니다. 사실 풍설야귀인도는 중인계급 출신인 최북의 삶에 다름 아닙니다. 메추리 그림에 일가견이 있어 '최메추리', 산수화를 잘 그려 '최산수'로도 불렸던 그는 시서화(詩書畫)에 두루 능했던 재야 지식인이었습니다. 특히 당대 최고의 산수화가로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신분제에 대한 반항심과 남과 어울리지 못하는 다혈질의 성격은 그를 광기와 기행으로 내몰았습니다. 화가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2017. 8. 19.
박물관에서 만난 한국의 반 고흐(1) 18세기 시대정신을 화폭에 담았던 중인 출신 예술가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최북 탄신 300주년 기념전'을 다녀오다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겸재 정선'가장 친숙한 조선시대 화가를 꼽아달라고 묻는다면 대부분 이들을 먼저 떠올릴 것입니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고 관련 연구가 많이 진행된 것은 물론 영화, 소설 등을 통해 일반인들에게도 많이 소개된 덕분입니다. 한국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이들의 업적과 재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기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제 마음 속 최고의 화인은 단연 호생관(毫生館) 최북(崔北 1712∼1786)입니다. 붓(毫) 하나로 먹고 사는(生) 사람이란 뜻의 호가 말해주듯 조선 최초의 직업화가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비록 유명세에서는 떨어질지 모르지.. 2017. 8.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