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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대지에 잠들어 있는 조선의 흔적(10) 동남아 대지에 잠들어 있는 조선의 흔적 허영의 인도네시아 생활이나 활동 등을 보여 주는 추가 자료를 수소문하기에는 일정이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찜통 더위에 비 오듯 흘러내린 땀방울만큼이나 값진 시간임에는 분명했다. 전공 학자도 역사가도 아니지만, 타향에서 세상을 떠난 조선인의 흔적을 부족하게나마 둘러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기 때문이다. 친일 행적으로 인해 한국에서는 환영 받지 못하지만 머나먼 이국 땅에서 독립 영웅으로 추앙 받는 허영의 존재는 한 번쯤 되새겨 볼만하다. 최근의 한류 열풍 등을 제외하면 역사, 문화 분야 교류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던 인도네시아와 관계를 감안할 때 그 의미는 남다를 것이다. 허영 묘지를 출발점으로 동남아 곳곳에 흩어져 있는 한국 역사의 발자취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소개하고.. 2018. 9. 10.
동남아 대지에 잠들어 있는 조선의 흔적(9) 동남아 대지에 잠들어 있는 조선의 흔적 쁘땀부란 묘지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에 이어 허영의 무덤에 대한 정보를 부탁했다. 관리인은 허영이 40여년 전인 1972년 2월 24일 5,322번째로 이곳에 묻혔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허영의 묘지는 4개의 유료 구역 중 가장 비싼 곳에 위치해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허영의 무덤 위로 나란히 들어선 묘지는 허영과 관계 깊은 네델란드인을 추모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한·인니 문화연구원에 따르면 실제로는 허영과 결혼한 인도네시아 여성의 모친 즉, 허영의 장모의 무덤인 것으로 추정된다.) 허영이 독립 인도네시아를 갈망했던 영화 감독이었다는 점, 인도네시아가 1949년 12월 네델란드로부터 독립을 성취했던 점 등이 오버랩 됐다. 그리고 자유를 되찾은 인도네시아에서 .. 2018. 9. 8.
동남아 대지에 잠들어 있는 조선의 흔적(8) 동남아 대지에 잠들어 있는 조선의 흔적 흔쾌히 자리를 건넨 관리인은 무료한 주말 오후를 쫓아버리기라도 하듯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냈다. 관리인에 따르면, 쁘땀부란 묘지는 자카르타시에서 연중 무휴로 운영하는 공동시설이다. 약 1만 4,000여 구의 기독교와 힌두교, 불교 등 비무슬림들의 유해가 묻혀 있다고 한다. 관리인은 쁘땀부란 묘지가 5개 구역으로 나눠져 있다고 밝혔다. 이중 4개 구역은 유료로 3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한다. 3년 뒤 계약을 연장하지 않아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3년간은 추가로 무덤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다른 장소로 무덤을 옮긴다고 관리인은 덧붙였다. 나머지 한 개 구역에는 28명의 인도네시아 국가 영웅들이 잠들어 있다고 전했다. 2018. 9. 6.
동남아 대지에 잠들어 있는 조선의 흔적(6) 동남아 대지에 잠들어 있는 조선의 흔적 자카르타 시내의 쁘땀부란(Petamburan) 묘지에서 가장 먼저 귀에 들어온 허영에 관한 단어는 바로 감독(direktur)이었다. 묘지 관리인은 "허영이 영화 감독이었다는 사실을 아느냐?"고 친구를 통해 필자에게 물어왔다. 독립 영웅으로 대접받는 허영의 묘지를 찾는 방문객들이 종종 있는 덕분인지 이방인의 출현을 경계하지 않고 친근하게 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관리인의 안내에 따라 출입구를 지나 허영이 묻힌 장소로 발길을 옮겼다. 아이들이 묘지 옆 공터에서 축구공을 차는 다소 생소한 광경을 목격하면서 2~3분쯤 걸었을까. 마침내 'DR.HUYUNG' 이름이 새겨진 허영의 무덤이 눈앞에 나타났다. 꼬박 7시간을 비행기에서 보내고 마주한 묘지는 예상과는 사뭇 달랐다. 2018. 9.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