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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주저리/국제 이슈

트럼프 대통령의 TPP 탈퇴와 반이민 행정명령 발표

by junghwan 2017. 2. 2.

2017년 초 지구촌에서 가장 시끄러운 나라를 꼽으라면 단연 미국을 들 수 있습니다. 지난달 20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5대 대통령의 좌충우돌 행보가 연일 구설수에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역대 최저 수준인 37%의 대통령 지지율로 백악관에 입성한 트럼프 대통령의 마피아 보스식 국정 운영은 어느 정도 예견돼 왔습니다. 

대선 주자 시절, 소속 정당인 공화당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막말도 서슴치 않는 직설적인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하지만 취임식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정치 아웃사이더의 거침 없는 질주 속에 새 대통령의 '취임후 100일 공약'은 대부분 현실화될 전망입니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걸었던 공약들과 취임 후 보여준 국정 운영은 대체로 맥락을 같이 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1월 말 속전속결로 발표된 두 건의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이 대표적입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Trans-Pacific Strategic Economic Partnership)' 탈퇴와 중동 및 북아프리카 7개 국가 국민 및 난민에 대한 반이민 행정명령입니다. (참고로 행정명령은 미국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행정집행 명령권한을 의미합니다. 전문가들은 의회의 동의 없이 대통령이 서명하면 즉시 효력이 발동하는 행정명령이 입법권이 없는 대통령의 권력을 강화하는 장치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세계 무역 질서에 지각 변동을 가져올 미국의 TPP 탈퇴도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이슈입니다. 하지만 특히 반이민 행정명령에 국내외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란, 시리아, 리비아 등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입국을 잠정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강경한 이민정책이 미국의 핵심 가치를 위태롭게 한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슬람권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교황청과 유엔(UN)도 우려하는 가운데 구글, 스타벅스 등 다국적 기업 역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행정명령에 불복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소송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미국 국민의 절반 가량이 반이민 기조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미국 내 불법 체류 한인이 20만명에 달한다는 점에서 한국과 연관된 문제이기도 합니다.

미국을 잠재적인 테러의 위협에서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내려진 반이민 행정명령은 당분간 국제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될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그리고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강경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합니다. 전통적인 우방과도 우격다짐식 외교를 피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은 환율조작국 지정, 국경세 부과 등 일련의 보호주의 조치를 취하는데도 '마이웨이'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비록 7개 국가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이슬람권으로 분류되는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 인도네시아를 자주 오가는 상황에서 미국 입국을 거부당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생깁니다. 트럼프 시대의 도래와 함께 찾아온 새로운 세계 질서의 흐름을 당분간 예의주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TV 및 YTN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