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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주저리/국제 이슈

김정남 피살 사건과 북한-말레이시아 관계 악화

by junghwan 2017. 2. 21.

그동안 업무상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지역을 자주 왕래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아무래도 한국 단체 여행객들이 들르는 북한 식당, 차량을 타고 시내를 지나가다 마주치는 북한 대사관 등 존재가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저도 베트남에 출장을 갔을 때 북한 음식을 파는 식당에 가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동남아 국가들 중에서 가장 인연이 깊은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북한 식당에 자주 드나들다 보면 국정원의 연락을 받는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습니다. 주변에는 현지 교회에 갔는데 옆자리에 북한 사람이 앉아 있었더라는 목격담(?)도 들려 옵니다.

다소 뜬금없이 북한 얘기를 꺼낸 것은 김정남 피살 사건 이후 심화되고 있는 북한과 말레이시아 간 갈등 때문입니다. 국내에는 '폐쇄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북한은 중동, 아프리카 및 아시아를 중심으로 전세계 161개 국가와 외교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에서도 브루나이를 제외한 모든 아세안(ASEAN) 회원국과 수교를 한 상태입니다.

말레이시아는 그 중에서 북한 국민들이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북한 여권 소지자라면 원칙적으로 출입국이 수월한 것입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피살된 것도 이러한 북한과 말레이시아간 관계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이유입니다.

양국 간의 정치외교적 현실과 깊이 연관된 김정남 피살 이후 두 나라는 연일 대치하고 있습니다. 사건 직후 말레이시아 경찰은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측의 부검 전 김정남 시신 인도를 거부했습니다. 이후 강철 북한대사가 강력히 반발하자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김정남 사인 규명은 자국 정부의 소관임을 강조하면서 북한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를 소환하기까지 했습니다.

이후 강 대사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망자는 김정남이 아니며, 한국과 말레이시아가 사건을 정치적 문제로 비화시키고 있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습니다. 이에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까지 나서 김정남 피살 사건의 수사 결과에 힘을 실어주면서 일각에서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과의 무비자 협정을 재검토할 가능성조차 언급되고 있습니다.

이 경우 북한의 말레이시아 내 활동 위축이 불가피하며 국제적 고립 가능성마저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르면 22일 김정남의 부검 결과를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 졌습니다. 북한의 몽니(?)가 어떤 결론으로 끝날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TV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