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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주저리/국제 이슈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 피격 사건과 이스탄불의 기억

by junghwan 2016. 12. 20.

터키 주재 러시아대사가 19일 오후(현지 시간) 수도 앙카라에서 전직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안드레이 카를로프 러시아대사는 이날 터키 앙카라의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한 전시회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던 중 검은색 양복 차림의 남성이 뒤에서 쏜 총을 맞고 쓰러졌습니디다. 카를로프 대사는 즉시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이번 범행은 러시아의 시리아 정부군 지원에 반감을 가진 전직 터키 경찰관이 벌인 소행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동안 터키가 시리아 반군을 지원해온 반면, 러시아는 시아파 민병대 등과 함께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지원함으로써 최근 내전의 핵심 전투지 알레포(Aleppo)에서 승리를 거뒀습니다. 


실제 범인은 현장에서 "알레포를 잊지 말라"고 외치며 러시아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이미 러시아 외무부가 피살 사건을 테러 공격으로 규정한 상황에서, 2012년 이후 고조된 양국 간의 군사적 갈등이 한층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사태를 바라보면서 올 9월말 동유럽 여행 길에 터키에 들렀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이스탄불을 경유해 체코 프라하로 가는 연결 비행편의 대기 시간이 상당히 길었습니다. 그래서 터키항공이 환승객들에게 무료료 제공하는 환승투어를 신청했습니다. 


사실 이스탄불 공항 테러, 게엄령 선포 등으로 인해 터키 정국이 불안정한 상태여서 시내로 나가야 할지 많이 고미했습니다. 혼자 배낭을 메고 떠난 여행도 아니었던 까닭에 주변에서 걱정하는 목소리 또한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동서양 문화의 교차로였던 이스탄불을 잠깐이나마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컸고, 예상보다 평온했던 공항의 모습에 안도감도 들어서 과감히 투어 버스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5~6시간 동안 종교 건축물을 중심으로 이스탄불의 명소를 짧고 굵게 둘러 봤습니다. 가이드와 차량, 식사까지 제공된 투어를 기분 좋게 끝내고 프라하행 비행기에 올랐던 하루였습니다



피는 결국 피를 부를 수 밖에 없음을 역사는 반복해서 증명합니다. 두 나라 간의 사정에 익숙하지 않은 이방인으로서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럽지만, 아무쪼록 가능한 평화적인 방법으로 양국 간의 긴장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