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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주저리/한류 스토리

싱가포르에서 체험하고 느꼈던 '한류(Hallyu)' 열풍

by junghwan 2017. 1. 25.

제가 동남아시아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은 것은 2011년의 일입니다. 싱가포르에 아시아태평양 본부를 뒀던 한 다국적 교육기업에 몸담게 됐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전에도 업무 출장으로 여러 번 동남아를 방문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현지에 일정 기간 이상 머물면서 고유한 분위기를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것은 싱가포르가 처음이었습니다. 


특히 말로만 들어오던 한류(Hallyu) 인기를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는 기분은 남달랐습니다. 조금은 오래된 글이지만, 당시 한 국내 기업의 사보에 실렸던 기고문을 공유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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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예계 데뷔하고 싶어요", "뽀로로 인기 최고!!"
동남아시아 현지와 일본에서 체험한 한류 열풍


"드림하이 열성 팬인데 영어 자막 좀 구할 수 없나요?"
"신체 조건이 월등한 서양 선수들을 모두 이기고 한국 야구대표팀이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불과 십 년 전만 해도 소니, 도시바가 최고였는데 이제는 너나 할 것 없이 삼성, LG 제품을 찾습니다."
"유학생들은 비싸서 못 먹는 한 줄에 930엔(한화 약 1만3000원) 짜리 김밥을 먹으려고 점심시간 전부터 긴 줄을 섭니다."


필자는 올해 상반기를 싱가포르에서 보냈다. 싱가포르에 위치한 한 다국적 교육기업의 아시아태평양 본사에서 일할 기회를 가진 것.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최근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한류' 열풍이 얼마나 거센지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실제 그랬다. 일본과 함께 한류 열풍이 가장 거센 동남아시아에서 몸으로 체험한 한류의 열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여자 직장 동료들 중 한국 아이돌 드라마를 한 편이라도 보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TV에서는 매 시간 한국 드라마를 빠지지 않고 방영했고, 주변의 한 인도네시아 중년 여성은 하루 종일 한국 드라마를 끼고 살았다. 심지어 한국 무대에 데뷔하고 싶다며 한국의 매력에 푹 빠진 연예인들도 있었다. 


어린 자녀를 가진 부모들에게 뽀로로 인형은 최고의 선물이었다. 길거리에서 보이는 택시의 절반은 쏘나타 또는 로체였고 BBQ, 비비고 등 한국의 외식업체 매장에는 현지인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싱가포르국립대 등에 개설된 한국어 강좌에는 늘 수강생들이 넘쳐났다.


백미는 싱가포르와 마주하고 있는 말레이시아로 가기 위해 국경을 넘을 때였다. 한국 여권을 확인한 출입국 심사관들이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라고 또박또박 발음하는 순간은 감동으로까지 다가왔다. 한국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하루에도 어마어마한 숫자의 여권을 확인하는 이들의 입에서 한국어를 듣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선진국이라는 싱가포르에서의 인기가 이 정도이니 주변 국가들의 한국 사랑은 짐작이 가고도 남을 것이다. 오죽하면 필자가 아는 한 경영학과 교수는 "단군 이래로 한국이 이렇게까지 전세계의 주목을 받기는 처음일 것"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지난 달 찾은 한류의 본고장 일본에서도 한국에 대한 러브콜이 뜨겁기는 마찬가지였다. TV 예능 프로그램에 한국 여자 프로골퍼와 이종격투기 선수가 게스트로 출연하고, 도쿄를 벗어난 지역으로 한식 레스토랑 체인이 확대되는 것을 보면서 일본에서의 한류가 한층 성숙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초기 몇몇 유명 연예인이 출연한 드라마에서 시작된 한류 열풍이 이제는 지역, 연령, 계층 등의 장벽을 서서히 넘어서면서 저변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대부분의 사람들이 뉴스와 해외를 다녀온 이웃 등을 통해 어렴풋이 그려 보는 한류와 한국의 입지는 나라 밖에서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 최근 문화 강국이라는 유럽에서조차 K-Pop이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것을 보면 한류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그리고 이는 상당 기간 국가에는 위상 강화의, 기업에는 매출 확대의 호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현재도 그렇다).


이 시점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현실이 이렇다면 개인들이 한류를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는 기회도 분명 있지 않을까. "한국 스타들의 인기가 정말 엄청나네", "신기하다", "대한민국 화이팅!!" 등 감탄사가 글로벌 시대에 걸 맞는 실제 비즈니스로 이어질 수 있는 아이디어는 어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