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저리 주저리/한류 스토리

인도네시아에서 한류 스타(?) 되다

by junghwan 2016. 12. 30.

2016년도 어느 덧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인도네시아와 관련해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생각나는 한 해입니다. 그러다가 문득 처음 인도네시아에 발을 딛었던 2013년의 기억이 떠올라 이렇게 포스팅을 올려 봅니다. 아마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류 스타(?) 대접을 받았던 훈훈한 추억일 듯 합니다^^



동남아시아 특유의 찌는 듯한 더위가 이른 아침부터 기승을 부린 4월의 마지막 토요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전 일찍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인도네시아가 초행길인 저를 위해 공항에는 20대 중반의 현지인 친구가 마중을 나와 있었습니다. 습한 공기의 환영을 받으며 공항 밖으로 나온 저는 친구의 차량에 올라탔습니다. 


그리고 친구가 살고 있는 베카시란 곳으로 향했습니다. 여성인 친구는 자카르타 동쪽 외곽에 위치한 베카시 지역에서 어머니와 함께 영어학원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친구는 제가 인도네시아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저를 학원으로 초청했습니다. 학생들이 외국사람, 특히 한국 사람을 너무 좋아한다며 꼭 방문해 달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와 악명 높은 자카르타의 교통체증과 싸워가며 베카시에 다다른 것은 12시 무렵이었습니다. 학원 건물 밖에서 삼삼오오 모여 있던 어린 학생들은 저와 친구가 탄 차량을 보자마자 손을 흔들었습니다. 그리고 제 친구의 이름을 부르면서 너나 할 것 없이 달려들었습니다. 


사실 전 세계 어디서나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만난다는 설레임만큼 이나 약간의 걱정도 있었습니다. “아이돌이나 걸그룹과는 거리가 있는 30대 중반 한국 남자를 보면 오히려 아이들이 실망하는지는 않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음이 곧 밝혀졌습니다. 


처음에는 수줍어하던 학생들은 곧 제 주위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수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점심을 먹기 위해 제 친구가 잠시 학생들을 떨어뜨려 놔야 할 정도였습니다.



학생들의 어머니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식사를 끝낸 뒤 본격적으로 교실에 모여서 수업에 들어갔습니다수업은 40여명의 학생들이 각자 간단한 자기소개를 한 뒤주로 저와 한국에 대한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외국인을 쉽게 구경하기 힘든 지역에서특히 최근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한국 사람을 본 때문인지 여기저기서 질문이 들려왔습니다저는 인도네시아어에아이들은 영어에 서툴렀지만 의사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빅뱅 너무 멋있어요.”, “무슨 영화를 제일 좋아해요?”등 질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한국에 대한 퀴즈를 낸 뒤 정답을 맞힌 학생들에게 한국에서 준비해 간 선물을 나눠주면서 교실은 한껏 뜨거워졌습니다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민족답게 나이에 맞지 않은 뛰어난 실력을 보인 학생들의 공연은 분위기를 더욱 달궜습니다



현지 문화와 동심에 흠뻑 빠져 웃고 떠들면서 어느덧 3시간이 흘렀습니다. 모두들 한데 모여 사진을 찍는 것을 끝으로 베카시에서 일정은 모두 마무리됐습니다. 마지막까지 제 손을 놓지 않는 귀여운 아이들과 주민들의 환대를 뒤로 하고 택시를 타고 자카르타 시내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어떤 해외 경험보다도 기억에 남는 소중한 하루였습니다. 3


0대 중반의 나이에, 그리고 연예인이 연상되는 외모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류 스타가 된 것 같은 행복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조만간 친구의 영어학원을 다시 찾아서 천진난만한 어린 학생들과 순박한 주민들의 환영을 받기를 손꼽아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