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초 대만(Taiwan)에 다녀왔습니다. 3박4일의 짧은 방문이었지만 처음 찾은 타이베이(Taipei)에서 좋은 추억을 한가득 안고 돌아왔습니다. 비록 최근 현지 택시 기사의 한국 여대생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면서 눈살도 찌푸렸지만, 겨울 관광지로 추천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자세한 여행기는 '세계 여행 코너'에서 별도로 다룰 예정입니다. 이에 앞서 4년여 전 서울에서 대만과 첫 인연을 맺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콜록콜록거리는 등 몸은 고단해 졌지만, '한류(Korean Wave)' 전도사가 된 것 같았던 유쾌한 기억입니다^^
장대비가 쏟아 붓던 2012년 9월 금요일 자정 무렵의 홍대입구역 부근. 간만에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시고 기분 좋게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던 저와 친구 앞에 외국인 관광객으로 보이는 여성 2명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20대 초중반으로 짐작되는 대만 아가씨 2명이 자신들의 몸집 만 한 크기의 캐리어를 옆에 두고 숙소인 인근 게스트 하우스와 연락이 안 돼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습니다. 여느 금요일과 마찬가지로 '불금'을 즐기려는 인파로 북적였지만 폭우에 다들 귀갓길을 재촉하기에 바빴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 유럽으로 입양 돼 낯선 곳에 홀로 떨어져 있는 기분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친구가 먼저 다가갔고, 저 역시 핸드폰을 꺼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전화기 너머에서는 응답이 없었고, 스마트폰의 지도 검색 서비스 역시 게스트 하우스의 위치를 정확히 알려주지 못했습니다.
결국 친구와 관광객들이 한 패스트푸드점에 피신해 있는 사이 홀로 숙소를 찾아 나서야만 했습니다. 대로 변이 아닌 홍대 부근의 지리에 밝지 못한 까닭도 있겠지만 폭우 속에서 조그만 게스트 하우스를 찾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30분 가량을 헤맨 끝에 어렵사리 목적지를 발견했고, 마침내 대만 여성들을 무사히 데려다 줄 수 있었습니다.
(사서 고생을 한 탓에) 물에 빠진 생쥐처럼 흠뻑 젖었고, 그래서 주말 내내 콜록콜록했습니다. 하지만 한류 콘서트를 보러 한국을 방문해 열흘 동안 머물 계획이라던 외국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준 것 같아 내심 뿌듯했습니다.
연신 "Thank you!"를 외치며 밤새 빗속에서 떨어야 할지도 몰랐던 자신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저와 친구에게 관광객들이 건넨 핫초쿄 한 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대신 해 줘서 너무 고맙다며 우산을 내어 준 게스트 하우스 주인 아주머니. 흔치 않은 경험이었지만 '정'은 국경을 초월해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준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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