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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주저리/사회 문화

청년 실업 이슈와 고등 교육 및 대학 평가

by junghwan 2017. 1. 24.

언젠가부터 '청년 실업'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다가옵니다. 그만큼 젊은 세대의 취업난이 심각한 사회 이슈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현실성과 타당성을 꼼꼼히 짚어봐야 겠지만), 올해 치뤄지는 제19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여야 유력 후보들이 일제히 청년 실업 해소 대책을 들고 나올 정도입니다. 


인구 감소 및 저성장 기조 속에서 청년 실업 문제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고등 교육 분야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70%에 육박하는 세계적 대학 진학률을 자랑하는 한국 사회의 고등 교육 열기가 부작용을 양산해 왔다 지적이 끊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내 대학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평가'에 내몰리는 것도 그만큼 대학 교육의 현주소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5년여 전 싱가포르에 위치한 다국적 교육업체에 몸담았을 당시 작성했던 칼럼을 공유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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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가 부터 국내 대학가에 '평가' 바람이 거세다. 기업은 물론 정부기관, 국가까지도 외부 평가에서 조금이라도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정성을 쏟는 현상은 상아탑 대학 사회에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국내외에서 발표되는 여러 대학 평가 결과에 따라 대학 간에 희비가 엇갈리는 일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을 정도다.


글로벌 대학평가기관인 QS는 올해 5월 2011년 '아시아 대학평가(Asian University Rankings)' 결과를 발표했다. 홍콩과학기술대와 홍콩대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가운데 한국 대학들의 전반적인 선전도 눈에 띄었다. 서울대, 카이스트, 포스텍 등 최상위권 대학들이 제 자리를 지킨 가운데 몇몇 학교는 지난해 대비 순위가 대폭 상승하며 관심을 모았다. 내부적, 외부적 두 가지 관점에서 한국 대학들의 약진의 원인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대학 내부 역량이 강화된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전체 평가 지표에서 60% 비중을 차지하는 연구 능력 분야에서 대부분의 한국 대학들이 높은 점수를 받은 사실에서 잘 나타난다. 한국 대학들이 생산해낸 논문이 질적, 양적 측면에서 아시아의 주목을 받고, 그 결과 해외 학자들이 참여한 학계평가(academic peer review)에서 고득점으로 이어진 것이다. 연구 능력 향상을 대학 국제화의 핵심 과제로 선정하고 땀 흘려온 것이 조금씩 외부의 인정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 대학평가 업무를 담당하는 QS Intelligence Unit의 벤 소터 총괄책임자가 "평가 지표 상 비중이 30%에 달하는 학계평가에서 한국 대학들은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올해 3월 중순 일본 동북부 지방에서 발생한 대지진과 쓰나미도 외부 요소로서 한국 대학의 등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번 발표를 보면 많은 일본 대학들의 순위가 지난해에 비해 주춤한 것을 알 수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지진 사태 이후 최종 평가 자료 수집 및 제출 과정에서 일본 대학들이 어려움을 겪은 것이 부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 대학들로부터 정확한 자료를 제공받지 못한 QS가 웹사이트 등에 공개된 자료에 의존하면서 개별 학교의 실상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결국 순위 하락을 가져왔다는 설명이다. 그 동안 일본 대학과 치열한 등수 싸움을 벌여온 한국 대학들로서는 뜻하지 않게 반사 이익을 누리게 된 셈이다.


이 밖에 20년 남짓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홍콩과학기술대가 과감한 투자 등을 통해 홍콩대를 누르고 처음 아시아 1위를 차지한 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QS의 평가 결과에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던 말레이시아 대학들의 순위가 전반적으로 오른 점, 국제 사회에서 위상이 높아감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 대학들이 영어 환경 등 미비로 인해 좀처럼 상승의 기회를 찾지 못하는 점 등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실 평가전문 기관, 언론사 등에서 쏟아내는 대학 순위의 객관성과 신뢰성에는 적지 않은 의문이 뒤따른다. 정성적 평가가 주를 이루다 보니 각 대학의 특성이 반영되지 못하고, 영어로 쓰여진 논문만 집계가 되는 등 특히 비 영어권 국가 대학에 불리하다는 비판 등이 늘 제기된다. 


일정 부분 설득력 있는 지적임에도 불구하고, 21세기 무한 경쟁 시대를 맞아 대학을 비롯한 그 어떤 사회 조직도 제3자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이렇듯 대학평가가 필요악이라면 글로벌 대학으로의 도약이라는 한국 대학사회의 숙원을 해결하는데 적극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을까.



<사진 출처: QS 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