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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주저리/사회 문화

송인서적 부도와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by junghwan 2017. 1. 4.

지난 3일 부도 처리된 국내 2위 서적 도매업체 송인서적이 결국 청산 절차를 밟게 됐다는 소식이 들려 왔습니다. 이에 따라 중소 출판사와 소규모 서점 등의 연쇄 도산 및 폐업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전자책을 포함해 3권의 책을 출간한 저자로서 가뜩이나 위축된 국내 출판 시장에 새해 벽두부터 먹구름이 드리우는 것 같아 걱정이 앞섭니다.



4일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한국출판인회의는 송인서적의 청산 절차를 밟기로 결정했습니다. 송인서적의 회생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출판인회의는 송인서적의 채권과 재고를 넘겨받아 출판사에 돌려주는 등 피해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송인서적 부도로 출판사들이 입을 피해가 최대 4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그동안 어음 거래를 해 온 중소 출판사들과 지역 서점들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실제 주변에도 미수금만 수 천만원 대에 달하는 출판사 한 곳이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피해 금액이 수 억원이 넘는 다른 출판사들의 사정을 염려할 정도니 사태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경영 환경 악화 속에 출판업계가 다시금 구조조정에 내몰리는 실상을 보면서 문득 2008년경 프랑스 파리의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Shakespeare and Company)' 서점을 방문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한치 앞을 내다 보기 힘든 위기 상황에서 다소 뜬금 없는 얘기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서점이 전세계의 여행객들을 끌어 모으는 교양과 문화의 토대가 작금의 한국 현실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것 같아 생각이 간절해 집니다.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은 첫 프랑스 출장길에서 가장 발걸음을 옮기고 싶었던 곳이었습니다. 가뜩이나 좁은 공간에 관광객들이 북적거린 터라 30여분 밖에 머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옛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옛 책방과의 만남은 여유란 바로 이런 것이란 걸 가르쳐줬습니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서점 이곳저곳, 군데군데 빛바랜 책과 사진들, 한 구석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내일을 꿈꾸는 젊은이들. 


저 역시 조금만 일찍 서점을 알았더라면 기꺼이 몇 달을 재워달라고 부탁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추억을 남기고 싶은 마음에 이 서점을 통해 유럽에 전파된 초창기 미국 문학작품 중 하나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이미 여러 번 읽었음에도 덜컥 사버렸습니다. 시간이 멈춰선 것 같은 파리의 고서점이 선물해 준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사진 출처: 송인서적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