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긍지 간직해온 재일동포들의 발자취
서울역사박물관 '열도 속의 아리랑' 특별전을 다녀오다
... "주고엔 고짓센(15엔 50전)이라 말해 봐!"
지명된 그 남자는 군인의 심문이 너무나 이상하고 엉뚱해서, 무슨 뜻인지 좀처럼 알아차리지 못하여 잠깐, 멍하니 있었으나 이윽고 훌륭한 일본어로 답했다.
"주고엔 고짓센." "좋아!"
착검한 총잡이들이 물러가고 난 이웃 남자 얼굴을 곁눈질하며 '주고엔 고짓센 주고엔 고짓센' 몇 번이나 마음 속으로 되뇌어 보았다. 비로소 그 심문의 의미를 겨우 이해했다.
아아, 만일 그 가게 종업원이 조선인이었다면 그래서 '주고엔 고짓센'을 '추코엔 코칫센'이라고 발음했다면 그는 거기서 바로 끌려갔으리라.
나라를 빼앗기고 언어를 빼앗기고 끝내 생명마저 빼앗긴 조선의 희생자여! 나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네. 그때부터 벌써 24년 그래서 그들의 뼈는 이미 흙이 되어버렸을까?
... - 쓰보이 시게지 '주고엔 고짓센(十五円 五十錢)'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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