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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주저리/정치 경제

장시호씨의 태블릿PC 제출과 특검의 '죄수의 딜레마' 전략

by junghwan 2017. 1. 12.

12일 오전 서울 저동에 위치한 헌법재판소에는 그동안 나타나지 않았던 중요한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경호원 출신의 이영선(39) 청와대 행정관이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4차 변론에 출석한 것입니다. 

하지만 증인으로 출석한 이 행정관은 국회 소추위원 측의 질문 대부분에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재판관들로부터 강한 질책을 받았습니다. 특히 "(경호) 업무 특성상 말씀 드릴 수 없다"는 등 증언 거부를 반복함으로써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과 입이라도 맞춘듯 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실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의혹 사건과 관련된 핵심 증인 및 참고인들의 비협조적인 태도는 어제 오늘 일의 아닙니다. '법꾸라지'가 되기 위한 법률 조언을 받은 것 같은 책임을 회피하는데 급급한 모습에 국민적 분노가 커지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죄수의 딜레마는 경제학에서 등장하는 '게임 이론(Game Theory)'의 고전적 사례 중 하나입니다. 사전적으로는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한 선택이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불리한 결과를 유발하는 상황을 지칭합니다. 협력적인 선택이 두 사람 모두에게 최선의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상호 간에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개념으로 심리학, 국제 정치학 등으로도 폭넓게 응용돼 왔습니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실제 모델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수학자 존 내쉬가 게임 이론을 경제학에 적용하면서 더욱 유명세를 타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대학생 시절 전공 수업에서 죄수의 딜레마를 처음 접했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합니다.

언론에서는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태블릿PC를 제출한 것을 놓고 특검팀의 죄수의 딜레마 전략이 작용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장씨는 삼성 뇌물죄, 공무상 비밀누설죄 등을 입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내용이 담겨 있는 태블릿PC를 특검에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장씨가 이모 최씨에 앞서 2015년 당시 6개월 넘게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 태블릿PC라는 결정적 증거를 내놓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최씨가 모든 혐의를 자신의 죄로 뒤집어 씌우는 '독박'을 우려한 장씨가 결국 사실상 자백을 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풀이입니다. 최씨와 장씨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가운데, 특검의 죄수의 딜레마식 접근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사진 출처: JTBC 화면 캡처 및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