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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주저리/정치 경제

박근혜 전 대통령 검찰 소환 조사와 구속영장 청구

by junghwan 2017. 3. 21.

2017년 3월 21일은 헌정사에 오래 기억되는 날이 될 것 같습니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으로는 네 번째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후 12일만의 일입니다. 

형사상 불소추 특권을 상실한 피의자 신분으로 오전 9시25분경 검찰 청사에 모습을 드러낸 박 전 대통령은 7시간 넘게 검찰 특수본(특별수사본부)의 한웅재, 이원석 부장검사로부터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밤 늦게까지 조사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언론보도에 따르면 아직까지 별다른 특이 사항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삼성동 자택을 나와 서초동 검찰 청사로 이동하는 모습이 생중계된 이날 박 전 대통령은 조사실로 향하기 전 약 8초간 자신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다소 수척한 얼굴로 포토라인에 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고 말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는 일체의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비선 실세 국정 농단 의혹 사건이 불거진 후 지금까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전면 부인해 왔습니다. 검찰 특수본과 박영수 특별수사팀의 수사로 상당 부분 사실관계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결백만을 주장했습니다. 

심지어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 후 청와대를 떠나 삼성동 자택으로 들어오면서도 "시간은 걸리겠지만 진실을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며 기존 자세를 고수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짧은 메세지를 국민을 향한 사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사실상 지난해 대국민 담화 때와 같은 내용으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TV 화면을 지켜봤던 국민들의 기대와는 동떨어집니다

박 전 대통령이 혐의를 어느 정도 인정할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등 13개 혐의를 받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피의자입니다. 이미 최순실씨를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공범 상당수가 구속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않는다면 법의 형평성과 국민 법감정상 납득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확보된 물증과 진술에 모순된 진술을 이어가는 박 전 대통령의 불성실한 태도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물론 5월 9일로 확정된 대선이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박 대통령 구속이 조기 대선 정국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최종 결정할 김수남 검찰총장이 박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다는 점도 정치적 부담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사유는 충분하다는 법조계의 중론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듯 합니다.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의연하고도 굳건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김 총장의 결단을 믿어보고 싶습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