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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주저리/정치 경제

침몰 1073일만의 세월호 본체 인양과 유가족의 눈물

by junghwan 2017. 3. 23.

꽤 오래 전이지만 2014년 4월 16일은 제 기억 속에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남아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생활 5개월 만에 약 10일 간 한국에 들어와 업무를 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 시간 서울 이태원의 한 레스토랑에서 지인들을 만났습니다. 

주방 옆 TV 화면에서는 두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슬픈 소식이 계속 방송되고 있었습니다. 바로 안산 단원고 학생과 교사 등 476명이 탑승했던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된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3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2017년 3월 22일 마침내 세월호 본체 인양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참사가 일어나고 전국민이 비통에 빠진 정확히 1073일만의 입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세월호 인양업체인 중국의 상하이 샐비지와 영국 컨설팅업체 TMC 등의 인력 450여명이 현장에 동원돼 인양 작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22일 진도 맹골수도 해역에 침몰한 세월호 시험 인양에 성공하면서 실제 인양에 착수한 것입니다. 23일 오후 5시 기준 세월호가 수면 위로 8.5m 가량 올라오며 본체 상당 부분이 드러났습니다. 

당초 예상보다는 인양 속도가 줄어들었지만, 기상 상태 안정으로 지금까지 작업에 큰 차질은 없는 상태입니다. 25일부터 맹골수도의 조류가 빨라질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해양수산부는 24일까지 세월호를 해수면 13m까지 인양하고 고정시키는 작업을 마친다는 계획입니다. 이후 다음달 초까지 목포신항으로 세월호를 옮겨 거치한 뒤 선체 정리에 들어갈 구상입니다. 

검찰의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 조사 못지 않게 현재 전국민적 관심이 세월호 인양 현장에 쏠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월호 미수습 가족과 유가족들이 가장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는 데 이견은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인양 전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보고 있는 미수습 가족들은 "세월호가 올라 오고 가족을 찾을 때 진정한 인양이라 할 수 있다"며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만신창이가 된 배가 올라오는 모습 눈물을 쏟은 일부 가족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날씨와 조류 등 불가항력적 조건에 맞서 바다 속에 침몰한 배를 끌어올리는 일은 분명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3년을 기다려 온 인양 작업이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 후 신속하게 이뤄지는 광경에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왜 진작 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을까?" 등 의구심이 생기는 것입니다. 실제 미자격업체 선정, 박근혜 정부의 무관심 등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지적돼 온 의혹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정치적 음모론마저 제기되고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박 전 대통령은 21일 검찰 소환 조사를 마치고 무려 7시간 넘게 신문 조서를 검토했습니다. 

어떻해서든지 구속 수사를 피하기 위해 몸부림 치는 박 전 대통령이지만 정작 '세월호 7시간' 행적에 대해서는 아직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나간 일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국가적 재난을 수습하는 지도자의 태도에 실망감을 떨쳐내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뒤늦게나마 세월호 인양과 거치 작업이 무사히 진행돼 노란 리본의 눈물을 조금이나마 훔쳐 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TV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