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다시 찾고 싶은 작지만 아름다운 나라"
슬로베니아 북쪽의 오스트리아 국경 지대에 위치한 블레드(Bled)는 알프스의 빙하가 녹아 생성된 호수 도시입니다. 동유럽의 숨은 진주로 불리는 슬로베니아에서도 아름다움에 관한 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고장입니다. 블레드에는 북한의 고 김일성 주석과 관련된 일화가 회자됩니다.
구 유고슬로비아 연방 티토 대통령의 초청으로 블레드 호수를 방문한 고 김 주석이 경치에 반해 공식 일정까지 연기하며 2주를 더 머물렀다는 것입니다. 한국 단체 여행객들의 일정에 수도 류블랴나는 빠져도 블레드 호수는 예외 없이 포함될 만큼 슬로베니아 자연의 백미로 손꼽힙니다.
체코를 거쳐 류블랴나, 블레드 등으로 이어진 강행군의 마지막 이틀인 만큼 블레드에서는 빡빡함은 잠시 잊기로 했습니다. 동유럽을 비롯해 유럽 일대에서 일찌감치 명성을 떨쳤던 슬로베니아를 상징하는 자연 관광지를 마음껏 감상하고 싶은 바람에서였습니다. 실제 여행 기간 중 처음으로 느지막이 일어나 청정한 호숫가를 거닐며 대자연의 향내에 흠뻑 취했습니다.
또 나룻배를 이용해 슬로베니아 유일의 섬이라는 블레드 섬 구경에도 나섰습니다. 한가로운 한나절을 보낸 뒤에는 블레드 지역을 대표하는 디저트용 케이크 크렘 레지나를 커피, 맥주와 더불어 음미했습니다. 이밖에 블레드 호수를 조망할 수 있는 블레드 성에서는 중세 수도사 차림의 현지인과 어울리며 레드 와인을 병에 담아 보기도 했습니다.
일 주일간 계속된 빵과 고기, 맥주 위주의 유럽풍 식단에 조금은 지친 속을 달랠 겸 프라하에서 구입한 컵라면과 캔 김치를 호텔 발코니에서 개봉한 것은 덤이었습니다. 어느덧 신혼여행을 마무리할 때가 다가왔습니다. 동유럽에서는 처음 구경하는 보슬비가 알프스의 대지를 촉촉이 적신 귀국일 아침, 블레드 호수 인근의 빈트가르 협곡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상쾌한 기분으로 왕복 1시간 코스의 트래킹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체크아웃을 했습니다. 그리고 뒤늦게 알게 된 류블랴나 시내 무료 가이드 투어에 참가했습니다. 가족들에게 줄 기념품을 장만하고 현지식 요리로 최후의 만찬을 즐긴 뒤 류블랴나 공항으로 길을 재촉했습니다. 짧지만 강렬했던 슬로베니아 여행을 끝내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서울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습니다.
한국 수준의 물가에 때묻지 않은 자연 환경과 친절한 시민 의식, 성숙한 교통 문화 등 선진국의 조건을 두루 갖춘 슬로베니아. 단연 동유럽 신혼여행의 기대 이상의 수확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오래 동안 외세의 지배 아래 놓여 있던 신생 독립국 슬로베니아의 피지배 역사는 한국과도 제법 닮았습니다.
특히 체코 프라하 성 정상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던 스타벅스 매장을 단 한 곳도 마주치지 못했을 정도로 민족의 정체성과 고유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났습니다. 그만큼 꼭 한 번 다시 찾고 싶은 작지만 아름다운 나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동유럽 여행을 계획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의 고향’ 슬로베니아를 적극 추천하고 싶은 것도 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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