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성 1호'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지 나흘째 입니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는 8명 재판관들의 전원 일치 결정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인용했습니다. 13일 퇴임한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선고와 함께 박 전 대통령은 형사상 불소추 특권이 사라진 민간인 신분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헌재의 탄핵 결정에 대해 긍정적 평가(86%)가 부정적 평가(12%)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국민 10명 중 9명은 탄핵안 인용에 무조건 승복해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하지만 헌재의 선고 후 주말을 보낸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은 여전히 국민 대다수의 바람과는 동떨어진 듯 합니다.
주지하다시피 박 전 대통령은 탄핵 선고 이후 아무런 입장 표명 없이 청와대에 50시간 이상을 더 머물렀습니다. 청와대를 떠날 준비를 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퇴거 시기를 규정한 구체적인 법률 조항이 없다는 점 등에는 수긍이 갑니다. 하지만 민간인 자격으로 청와대에서 이틀 밤을 추가로 보낸 사실은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워 보입니다.
여기에 마침내 12일 저녁 서울 삼성동 사저로 옮겨 간 박 전 대통령의 태도는 더욱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탄핵심판 결과에 대한 의견이나 대국민 성명 등은 내놓지 않고 사저를 찾은 일부 친박계 의원 및 보수층 지지자들과 웃으면서 인사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국민들의 마지막 희망마저 저버린 입장을 자유한국당 현역 의원을 통해 전달했습니다.
KBS 아나운서 출신의 민경욱 의원이 이날 밤 대독한 박 전 대통령의 메세지를 언론보도를 인용해 옮겨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사실상 헌재의 결정에 불복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입장문으로, 최소한 파면을 받아 들이겠다는 문구조차도 없습니다. 곧 예정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최대한 혐의를 피해 가려는 것은 물론 감정적 호소를 통해 지지자 결집을 노린 정치적 계산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충분히 억울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선 결과를 인정하고 국민 화합을 강조했던 지난 2000년 미국의 앨 고어 전 부통령과 같은 '위대한 패배자'의 모습은 끝끝내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대통령 궐위와 함께 '장미 대선'은 확정됐습니다. 이미 정부에서는 5월 9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고,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치르기로 잠정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독주체제를 이어가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제외한 보수 진영 후보들이 지리멸렬한 대선 국면도 더욱 요동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직 대통령의 저주가 더 이상 한국 사회에 드리우지 않기를 기대해 봅니다.
<사진 출처: SBS 및 연합뉴스 TV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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