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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주저리/정치 경제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 불복 논란과 5월 장미 대선

by junghwan 2017. 3. 13.

'대한민국 여성 1호'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지 나흘째 입니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는 8명 재판관들의 전원 일치 결정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인용했습니다. 13일 퇴임한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선고와 함께 박 전 대통령은 형사상 불소추 특권이 사라진 민간인 신분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헌재의 탄핵 결정에 대해 긍정적 평가(86%)가 부정적 평가(12%)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국민 10명 중 9명은 탄핵안 인용에 무조건 승복해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하지만 헌재의 선고 후 주말을 보낸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은 여전히 국민 대다수의 바람과는 동떨어진 듯 합니다.

주지하다시피 박 전 대통령은 탄핵 선고 이후 아무런 입장 표명 없이 청와대에 50시간 이상을 더 머물렀습니다. 청와대를 떠날 준비를 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퇴거 시기를 규정한 구체적인 법률 조항이 없다는 점 등에는 수긍이 갑니다. 하지만 민간인 자격으로 청와대에서 이틀 밤을 추가로 보낸 사실은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워 보입니다.

여기에 마침내 12일 저녁 서울 삼성동 사저로 옮겨 간 박 전 대통령의 태도는 더욱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탄핵심판 결과에 대한 의견이나 대국민 성명 등은 내놓지 않고 사저를 찾은 일부 친박계 의원 및 보수층 지지자들과 웃으면서 인사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국민들의 마지막 희망마저 저버린 입장을 자유한국당 현역 의원을 통해 전달했습니다.

KBS 아나운서 출신의 민경욱 의원이 이날 밤 대독한 박 전 대통령의 메세지를 언론보도를 인용해 옮겨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사실상 헌재의 결정에 불복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입장문으로, 최소한 파면을 받아 들이겠다는 문구조차도 없습니다. 곧 예정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최대한 혐의를 피해 가려는 것은 물론 감정적 호소를 통해 지지자 결집을 노린 정치적 계산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충분히 억울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선 결과를 인정하고 국민 화합을 강조했던 지난 2000년 미국의 앨 고어 전 부통령과 같은 '위대한 패배자'의 모습은 끝끝내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대통령 궐위와 함께 '장미 대선'은 확정됐습니다. 이미 정부에서는 5월 9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고,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치르기로 잠정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독주체제를 이어가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제외한 보수 진영 후보들이 지리멸렬한 대선 국면도 더욱 요동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직 대통령의 저주가 더 이상 한국 사회에 드리우지 않기를 기대해 봅니다.

<사진 출처: SBS 및 연합뉴스 TV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