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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주저리/정치 경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인용 결정과 박근혜 대통령 파면

by junghwan 2017. 3. 10.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예상보다도 훨씬 결연하고 강력한 주문이었습니다. 재판관들 사이에서 조금은 의견이 엇갈릴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고, 또한 심판 결정문을 낭독하는데도 제법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8인의 헌법재판관들은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을 파면하는 만장일치 결정을 통해 헌법과 법치주의 수호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천명했습니다.

지난 몇 달간 대한민국 사회는 물론 국제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이 드디어 마무리됐습니다. 헌법재판소는 10일 오전 '2016헌나1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탄핵 인용 결정을 내렸습니다. 

지난해 12월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박 대통령에 대해 파면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약 22분간 진행된 결정문 낭독을 마치면서 "피청구인이 헌법수호 의지를 드러내지 않았다"면서 파면을 선고했습니다.

재판관들은 "피청구인의 위헌 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비록 다섯 가지로 정리된 탄핵 소추 사유 중 언론의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 의무 등 일부 사유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임을 언급하면서 재판관 전원일치로 탄핵 인용이 결정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대통령 대리인단이 줄곧 제기해 왔던 탄핵 심판의 절차적 문제를 받아들이지 않은 헌재의 이번 결정은 '최종적', '불가역적' 성격을 갖습니다. 

즉 재심을 청구할 수 없는 만큼 즉시 효력을 발휘합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이날 중으로 청와대를 떠나 민간인 신분인 '전직 대통령'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형사상 불소추 특권'이 사라진 박 대통령에 대한 향후 검찰 수사 등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입니다.

그 동안 여론조사에서 탄핵을 찬성하는 의견(75~80%)이 반대하는 의견(15~20%)을 압도해 왔습니다. 그리고 헌법과 법률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의 시각에서도 탄핵 사유가 충분하다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보수 단체와 친박 집단을 중심으로 탄핵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다소 우려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헌정 질서의 최후의 파수꾼인 헌법재판관들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가치를 존중하는 역사적 결정을 내렸습니다. 실제 오는 13일 퇴임을 앞둔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결정문 앞부분에서 "12월9일 이후 국민들이 많은 번민과 고뇌의 시간"을 보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렇게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여태껏 이렇게 국론이 극명하게 갈린 시기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나라 전체가 소란스러웠습니다. 그리고 헌재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갈등과 분열의 상처를 지우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듯 합니다. 

당장 촛불 민심의 환호와는 대조적으로 친박 단체들은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기 대선 실시가 확정되면서 5월9일이 유력시되는 제19대 대통령 선거일까지 정치권을 중심으로 상당 부분 혼란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한국 사회에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가 살아 있음은 증명됐습니다. 그래서 구태와 적폐를 청산하고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희망도 커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국민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 가져다 준 엄청난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현명한 판결을 내려 준 재판관들에게 마음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사진 출처: JTBC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