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전격적으로 한반도에 들어온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일단 2기의 발사대 등 운용 장비 일부가 배치된 만큼, 나머지 장비들이 모두 들어와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것도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이 경우 한국은 일본에 이어 중동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로는 2번째로 미국의 사드 배치 지역이 됩니다.
한국과 미국이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를 결정한 것은 지난해 7월의 일입니다. 이후 중국과 북한, 러시아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드가 2017년 내에는 배치될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연내 배치라는 원론적인 자세가 고수되던 상황에서 국회 등에 통보도 없이 기습적으로 사드가 배치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표면적으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의 고도화를 꼽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7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굉장히 고도화되는 여러 상황을 종합해서 사드 배치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는 방안을 강구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선언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 역시 마찬가지 입장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탄핵 정국과 동북아 형세를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비선 실세' 국정 농단 의혹 사건과 이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사건 선고일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유력 야권 후보들은 사드 배치에 부정적 혹은 소극적 의견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탄핵 인용 결정으로 '벚꽃 대선'이 치뤄지고 정권 교체가 이뤄진다면, 사드 배치 문제 역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한미군 자산을 한반도 내로 들여옴으로써 사드 배치 재논의 여지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헤게모니 다툼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G2' 두 국가가 동북아 패권을 놓고 기싸움을 하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미국이 역내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미국이 지목한 위협 대상국인 북한은 물론 사드 반경 내에 놓인 중국, 러시아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사실상 한국을 압박해 사드 배치를 강행했다는 것입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걸린 사드 배치 이슈는 역대 정부들도 결정을 미뤄온 민감한 문제입니다. 지정학적으로 약소국일 수 밖에 없는 한국으로서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주변 강대국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미 중국은 '한국 여행 금지령'을 내리는 등 연일 사드 보복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한미 양국이 배치를 공식 결정한지 8개월 만에, 그리고 부지 계약을 체결한지 6일 만에 진행된 사드 장비의 일부 도입이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당분간 향방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진 출처: JTBC 및 연합뉴스 TV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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