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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주저리/정치 경제

법원의 한진해운 회생절차 폐지 결정과 파산 선고

by junghwan 2017. 2. 3.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청와대 압수수색 시도,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후 요동치는 대선 판도 등으로 인해 시끌벅적한 하루입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첫 한미 국방장관회담 개최 및 특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 등과 관련된 굵직한 뉴스도 계속 쏟아지고 있습니다.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이들 소식 외에도 주목해야 할 국내 기업계 이슈가 있습니다. 바로 한진해운의 파산 결정입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지난 2일 한진해운에 대한 회생절차를 폐지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한진해운은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법원은 채권자 의견 조회 등 2주간 항고 기간을 거쳐 이달 17일 파산 선고를 내릴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랜만에 한진해운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40년 해운기업'과의 인연(?)이 떠올랐습니다. 신문사 초년병 시절 해운 분야 기사를 쓰게 되면서 국내 최대 해운업체였던 한진해운을 담당하게 됐습니다. 여의도 본사 건물에서 최고경영자(CEO)와 인터뷰를 진행했고, 베트남 호치민의 한진해운 법인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조중훈 창업주의 3남인 조수호 회장이 지병으로 별세했던 2006년 무렵입니다. 

조 회장의 부인 최은영 회장이 직접 경영 일선에 나선 무렵부터 출입처가 바뀌면서 이후 한진해운에 크게 관심을 갖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해운업 장기 불황 잘못된 경영 판단 속에 세계 7위 선사가 사라지는 모습에 씁쓸한 마음니다. 안타까움을 달래면서 당시 한진그룹을 취재하던 선배 기자와 함께 작성했던 최 회장에 대한 기사를 공유해 봅니다. 

<기사 및 사진 출처: 매일경제신문 및 한진해운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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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호 회장 미망인 "한진해운 代母 될것"

"어제 저는 사랑하는 남편을 영원히 제 가슴 속에 묻었습니다 . 더 좋은 곳에서도 아프지 않고 많은 사람을 위해 큰일을 하러 가셨다고 제 자신에게 수십 차례 말하고 다짐하면서 이 슬픔을 이겨내려 합니다 ."

국내 해운업계 '큰별' 고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의 미망인 최은영 여사(43)가 사이버분향소에 올린 추모의 글이 눈시울을 적시며 잔잔한 화제를 뿌리고 있다. 최 여사는 지난달 29일 영결식 다음날인 30일에 감사의 글 형식으로 고인의 인품과 자신의 심경, 한진해운의 미래 등을 임직원들에게 털어놨다.

최 여사는 먼저 일밖에 모르던 남편을 회고했다. "길 가던 중 고가도로 밑이나 적절치 않은 장소에 'HANJIN' 컨테이너가 놓여 있는 것을 보면 종이를 꺼내 메모하고 태풍이 지나가는 곳에 배가 지나가는 스케줄은 없는지 매일 챙기는 분이셨습니다 ."

고인의 임종을 지켜보며 연신 눈물을 훔쳤던 최 여사는 조 회장의 인간적인 면도 회고했다.

"인사철만 되면 3~4일 말이 없으셨습니다 . 저녁 식사도 하지 않고 책상 앞에만 앉아 있어 그 이유를 묻자 '아침에 출근할 때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해서 뒤를 돌아다보니 내일이면 회사를 나가야 된다고 통보받은 직원이었다'며 눈물을 글썽거리고 '나도 같은 사람인데 내가 사람을 평가하고 이래라 저래라 할 능력이나 있는지 모르겠다'며 그 직원의 가족을 생각하니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하셨습니다 ."

오랜 투병 생활중에도 따스함을 잃지 않았던 남편의 유지도 잘 받들어나가겠다고 했다. "남편은 '어른도 이렇게 아프고 힘든데 소아암 환자들은 어떻겠느냐'고 늘 말씀하셨습니다 . 병원 복도에서 어린이 환자들을 보면 손도 잡아주며 힘내라고 하시고 심지어는 몰래 과자를 쥐어주시는 일도 있었습니다 ."

최 여사는 "남편의 뜻에 따라 소아암 환자들을 도울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진해운은 6일 조 회장의 개인 보유 주식 등 시가 900억여 원 상당을 출연해 해운산업 발전과 소아암 등 희귀병 어린이 환자를 돕는 양현재단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최 여사는 임직원들에 대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저는 1991년 3월 28일 '한진 싱가폴호'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40여 척에 가까운 배를 명명해왔습니다 . 내년 5월 창립 30주년을 맞아 제가 명명할 배는 '대(大)한진 순항호'입니다 . 저는 선장도 기관장도 아닙니다 . 다만 '대모(God Mother)'이고 싶습니다 ."

최 여사는 그러면서 "제 아주버님이신 조양호 회장도 '한진해운은 고인의 뜻에 따라 독립경영을 하며 본인은 뒤에서 언제든지 도와주시겠다'고 약속했다"며 독립경영 의지를 밝혔다. 

최 여사의 이 같은 글은 7일 현재 조회수 580여 회를 기록하며 임직원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슴이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나는 걸 참느라 힘들었다" "사모님 힘내세요" "숭고한 사랑을 한진해운 임직원들이 잘 받들어 계승하겠다"는 직원들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는 것. 최 여사의 모친은 신정숙 여사로 신격호 롯데 회장의 넷째 여동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