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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주저리/정치 경제

반기문 전 사무총장 불출마와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by junghwan 2017. 2. 1.

"정치인들의 눈에서 사람을 미워하는 게 보이고, 자꾸만 사람을 가르려고 하더라" (연합뉴스)

"순수하고 소박한 뜻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너무 순수했던 것 같다" (연합뉴스)

정유년 두 번째 달의 시작을 알리는 1일 최고의 화두는 단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이었습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한 뒤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마포 선거 캠프 사무실로 이동한 반 전 총장은 작심이라도 한 듯 정치권에 대한 비판을 쏟아 냈습니다. 

반 전 총장은 "정치인들은 단 한 사람도 마음을 비우고 솔직히 얘기하는 사람이 없더라. 당신은 '꾼'이 아닌데 (정치판에) 왜 왔느냐고 하더라"며 여야 정치인들에 대한 반감을 여과 없이 표출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따뜻한 손길을 잊을 수가 없다. 좌절하면서도 그분들 때문에 버틴 것이다"라며 국민들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습니다.

반 전 총장의 갑작스러운 대권 포기 선언은 고건 전 국무총리의 사례를 떠올리게 하는 것 같습니다. 문민정부와 참여정부에서 두 차례 총리를 역임하는 등 '행정의 달인'으로 불렸던 고건 전 총리는 제17대 대선을 앞둔 2007년 1월 느닷 없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범여권 대선 주자들 중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던 상황에서의 폭탄 발언은 정치권에 큰 충격을 던져 줬습니다. 

고 전 총리는 당시 "대결적 정치구조 앞에서 저의 역량이 너무 부족함을 통감한다"는 입장을 밝힌 뒤 아예 정계를 은퇴했습니다. 진흙탕 싸움이나 마찬가지인 정치판에서 엘리트 관료 출신 인사들이 견뎌내지 못하고 결국 중도에 손을 들었다는 점이 유사해 보입니다.

고 전 총리에 이어 10년 만의 직업 관료 출신 예비 후보의 대망론 포기로 대선 정국은 더욱 요동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 따른 '벚꽃 대선'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보수 성향의 유력 후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당장 야권 잠룡들을 위한 운동장이 펼쳐진 가운데,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독주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반면 범여권에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행보와 함께 나란히 바른정당에 소속된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대결 구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JTBC가 이날 오후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긴급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문 전 대표가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황 권한대행이 12.1%의 지지율로 2위를 차지한 것입니다. 대선 출마 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반사 이익을 톡톡히 누린 까닭으로 풀이됩니다. 

실제 황 권한대행은 같은 조사에서 문 전 대표를 제치고 반 전 총장 '불출마 효과'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 보수 진영의 유 의원, 야권 대선주자 중 상대적으로 중도 성향의 안철수 전 국민의 당 상임공동대표 등도 여권발 지각 변동의 혜택을 입으며 지지율이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사진 출처: JTBC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