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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및 모바일

'미국에 실리콘 밸리가 있다면 인도네시아에는 슬리피 밸리가?' 칼럼

by junghwan 2017. 1. 30.

2017년에는 더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동남아시아 스타트업 창업 열기에 대한 칼럼을 써 봤습니다. 인도네시아 유력 한인 언론인 데일리인도네시아 기고문으로 아래와 같이 공유합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글이지만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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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실리콘 밸리가 있다면 인도네시아에는 슬리피 밸리?

더욱 뜨거워질 2017년 동남아시아 스타트업 창업 열풍


<출처: http://www.dailyindonesia.co.kr/news/view.php?no=14915>



얼마 전 대만에 다녀왔다. 가업을 물려 받아 10년 가까이 수도 타이페이에 거주하고 있는 대학 동창은 대만의 경제 현황과 젊은이들의 취업 분위기에 대한 필자의 물음에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줬다. 동창은 “대만의 20~30대는 두 개의 명함을 갖고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하나는 낮에 몸담는 직장 명함, 다른 하나는 퇴근 후 자신의 일을 할 때 쓰는 창업자 명함이다”고 강조했다. 


탄탄한 중소기업 생태계가 경제를 지탱해 온 대만의 기업가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동창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아시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대만 청년층의 스타트업 창업 열기에 마음의 박수를 보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다면 동남아시아의 형편은 어떨까?’


한국, 홍콩, 싱가포르와 더불어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리며 선진국 문턱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대만과 동남아 국가들을 직접 비교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현실적인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싱가포르를 제외하면 국내에는 다소 낯설겠지만), 얼마 전부터 불기 시작한 동남아 젊은 세대의 창업 열풍이 갈수록 뜨거워지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 동남아 스타트업들은 지난해 2015년 대비 60% 이상 증가한 26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끌어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2017년에는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스타트업(Startup)이라는 단어가 일반 명사로 진화(?)하는데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동남아의 창업 붐 확산에는 스타트업 선두 주자들의 활약상이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예를 들어, 온라인게임 회사로 출발해 동남아에서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스타트업으로 자리매김한 가레나(Garena)는 미국 증시 상장을 노리고 있다. 여기에 고젝(Go-Jek)과 그랩(Grab)은 오토바이 택시 서비스를 발판으로 각각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를 넘어 동남아를 대표하는 스타트업으로 발돋움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에는 중국의 알리바바가 ‘동남아의 아마존’으로 꼽히는 전자상거래업체 라자다(Lazada)를 인수했다는 뉴스도 들려 왔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본의 소프트뱅크, 싱가포르의 테마섹 홀딩스 등을 비롯해 글로벌 투자업계가 너나 할 것 없이 동남아에 주목하면서 자금 조달에 성공하는 신생 스타트업 사례들도 속속 들려오고 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국내 투자업체들 역시 동남아에 눈길을 돌리기는 마찬가지다. 대형 벤처캐피털들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을 중심으로 유망 스타트업 발굴에 팔을 걷어 붙이는 가운데, 현지에 진출한 한국 스타트업 중에는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한 곳도 있다. 필자 또한 성장 잠재력이 큰 동남아 지역 스타트업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여러 차례 받았다.


물론 낙관적인 목소리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굳이 ‘과유불급(過猶不及)’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스타트업 열풍에는 그림자도 함께 드리울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이 우후죽순 격으로 탄생하면 할수록 옥석 가리기도 같이 진행되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창업 기업의 속살을 들여다 보고 싶어 하는 투자자들의 요구도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대부분 동남아 국가들의 스타트업 관련 제도가 명확하지 않고, 자본시장 역시 발달하지 못한 점 등도 고민거리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테크 전문매체 ‘테크 인 아시아(Tech in Asia)’에 따르면, 올해 동남아의 스마트폰 이용자 수는 3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의 전체 스마트폰 사용자 수 2억2,500만명을 훌쩍 웃도는 수치다. 그 결과 소셜 미디어, 채팅 등 글로벌 앱(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동남아 인구 역시 미국 인구를 뛰어 넘게 될 것이라고 테크 인 아시아는 관측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기반한 서비스를 출시하는 스타트업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창업에 우호적인 환경 조성은 반가운 소식이다. ‘제2의 구글’을 꿈꾸는 80여개 스타트업들이 모여 있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슬리피 지역의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가 미국 실리콘 밸리를 본 딴 ‘슬리피 밸리(Slipi Valley)’로 도약을 꿈꾼다는 지인의 귀띔이 공허하게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용어 설명

*스타트업(Startup) :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초기 창업 기업.
*시리즈 A(Series A) 투자 : 벤처 캐피털 등 기관 투자자가 스타트업 등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초기 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