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저리 주저리/정치 경제

국정 농단 의혹 사건과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by junghwan 2017. 1. 24.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10년 가는 권세 없고 열흘 붉은 꽃 없다는 의미의 고사성어입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넘기지 못함에 빗대 권력의 무상함을 은유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이 사자성어가 가장 피부에 와 닿는 사람이 있을 듯 합니다. 바로 '비선 실세' 국정 농단 의혹 사건의 장본인 최순실씨입니다.



지난해 10월30일 독일에서 귀국한 최씨는 11월3일 전격 구속됐습니다. 법원이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최씨는 구치소에 수감됐고, 어느덧 해가 바뀌면서 80일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시작됐고, 국정 농단 의혹 수사를 위한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출범했습니다. '최순실 게이트'로까지 불리는 이번 사건을 조사하는 사법 기관의 발걸음이 빨라질수록 최씨 및 핵심 측근들에 대한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측근 대다수가 등을 돌리면서 최씨는 사실상 고립무원 상태로 빠지고 있습니다.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대표적입니다. 장씨가 형사 법정에 선 이후로 모든 책임을 최씨에게 전가하는 태도를 유지하면서 '특검팀 도우미'로 변신(?)했다는 얘기조차 흘러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장씨는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인 최씨 소유의 제2의 태블릿 PC를 특검팀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과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일찌감치 내부 고발자를 자처한 가운데,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도 최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24일에는 국회 청문회에서의 불성실한 태도로 구설수에 올랐던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도 "K스포츠재단은 대통령이 설립했고, 최순실씨가 운영했다"면서 최씨와 선 긋기에 나섰습니다. 


이는 K스포츠재단의 설립 및 운영과 무관하다는 박 대통령과 최씨의 그간의 주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측근들이 '나부터 살고 보자'며 하나 둘 씩 등을 돌리면서 최씨 주변에는 남은 사람이 사라진 상태입니다. 수사에 협조하고 진실을 털어놓는 게 형량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한때 자신의 동지였던 사람들이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것입니다. 부정부패한 권력의 상투적인(?) 결말이 조금씩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사진 출처: JTBC 및 연합뉴스 TV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