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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주저리/사회 문화

박물관에서 만난 한국의 반 고흐(2)

by junghwan 2017. 8. 19.

18세기 시대정신을 화폭에 담았던 중인 출신 예술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최북 탄신 300주년 기념전'을 다녀오다



붓 대신 손가락과 손톱을 사용해 몇 개의 선으로 묘사된 나무는 먹물색 만큼이나 살아 움직이는 듯 했습니다. 살을 에는 추위와 맞서 싸우며 종종걸음을 재촉하는 나그네와 동자에게서는 외로움과 연민이 깊게 몰려왔습니다. 사실 풍설야귀인도는 중인계급 출신인 최북의 삶에 다름 아닙니다. 

메추리 그림에 일가견이 있어 '최메추리', 산수화를 잘 그려 '최산수'로도 불렸던 그는 시서화(詩書畫)에 두루 능했던 재야 지식인이었습니다. 특히 당대 최고의 산수화가로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신분제에 대한 반항심과 남과 어울리지 못하는 다혈질의 성격은 그를 광기와 기행으로 내몰았습니다. 화가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세도가 앞에서 스스로 한 쪽 눈을 찔러 '한국의 반 고흐'로 불릴 정도입니다.

미치광이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개성과 자유를 발산했던 최북은 그 죽음마저도 기구했습니다. 열흘을 굶다 그림을 판 돈으로 술을 거하게 마신 뒤, 지금의 종로 부근에서 쓰러져 동사하고 말았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폭설과 한파가 그림 속 풍경과 퍽이나 닮은 요즘 최북의 파란만장한 삶이 좀처럼 가슴에서 떠나지 않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