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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동북아시아

일본 내 한국 문화유산을 찾아서(7)

by junghwan 2017. 6. 24.

일본에서 발견하는 조상들의 발자취

사이타마현 히다카시 '고려향(高麗鄕)'을 가다


만감이 교차하는 약광왕의 무덤을 뒤로 한 채 제법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갔습니다. 관리인으로 보이는 할머니에게 300엔의 입장료를 내고 중문에 들어서니 잘 다듬어진 정원과 소박한 연못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뒷편의 돌계단을 한 차례 더 오르니 성천원 본당이 그 위용을 드러냈습니다. 성천원은 고구려의 승려 승낙이 약광왕의 명복을 빌기 위해 지은 기도절로 알려져 있습니다. 

승낙의 사후 그의 제자이자 약광왕의 셋째 아들인 성운이 승낙의 유지를 받들어 751년 완성했다고 합니다. 히다카시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본당 앞마당에서 잠시 숨을 돌린 뒤, 이번에는 약광왕의 동상이 서 있는 본당 오른쪽으로 향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경내에서 약광왕의 동상을 올려다 보고 있노라니 겨레의 혼이 메아리치는 듯 했습니다. 

고마산을 배경으로 들어선 성천원 뒷편에는 이 밖에도 방문객들을 뭉클하게 하는 유적과 조각물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징용으로 끌려가 목숨을 잃은 재일 동포들을 기리기 위한 무연불위령탑, 서울 탑골공원의 팔각정을 재현한 정자, 단군을 비롯해 광개토대왕, 태종무열왕, 정몽주, 왕인박사, 신사임당 등 인물상이 나란히 놓여 있었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그리운 조상님들과 잠시나마 하나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한동안 머물며 고구려인의 얼이 듬뿍 서린 고마산의 가을 공기에 취한 뒤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고마가와역을 향해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한때 고구려인들의 집단 거주지였던 마을을 뒤로 하면서 조금씩 어둠이 스며드는 가을 오후 소중했던 일본 속 고려마을 탐방을 마무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