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발견하는 조상들의 발자취
사이타마현 히다카시 '고려향(高麗鄕)'을 가다
바로 이 본당 안에 약광왕이 모셔져 있었습니다. 나라를 잃은 슬픔을 견디며 이국에서 고구려인의 기상을 뽐낸 조상을 생각하며 절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신사의 역사 및 관련 자료, 사진 등을 정리해 놓은 사무소들 둘러본 뒤 신사 뒤편의 고려가(高麗家) 주택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신 일본 속의 한국문화답사기'에 따르면 이 곳은 고려의 궁사들이 머물던 집입니다. 국가 지정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초가집 형태의 가옥으로 고려씨들이 마을 아이들을 교육시킨 장소이기도 합니다.
다다미가 깔리고 일본식 목조 건축의 특징이 군데군데 묻어나는 가옥은 고구려 후예들이 일본 땅에서 적응해온 모습을 시위하는 듯 했습니다. 고려가 앞마당에서 때마침 열리고 있었던 국화전을 감상한 뒤, 약광왕의 무덤이 있는 성천원(聖天院)으로 이동했습니다. 도라이를 벗어나 이정표를 따라 오른쪽으로 난 오솔길로 접어드니 곧 성천원 산문이 등장했습니다.
고색창연한 산문을 통과해 우측으로 시선을 돌리면 고려왕묘(高麗王廟) 현판이 나타납니다. 이 곳이 바로 약광왕의 묘소입니다. 고구려 양식으로 짐작되는 안 쪽의 석탑이 약광왕의 무덤을 지키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역 만리에서 왕릉을 발견했지만 반가움보다는 안타까움이 몰려 왔습니다. 한때 중원 대륙을 호령했던 고구려 왕손의 무덤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초라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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