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래시장에서 가격 흥정과 한일 문화 차이
일본 '원리원칙' vs 한국 '융통성'
지난 2012년 5월 하순 일본 오사카에 출장을 갔을 때 겪은 흔치 않은 경험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사소한 일상의 한 장면이었지만, 한국과 일본을 왜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부르는지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아닌가 싶습니다. 공식 일정이 거의 끝난 일요일 늦은 오후 저희 일행은 한 잔(?) 생각이 간절해졌습니다.
일정에 다소 여유가 생긴 만큼 술과 안주거리를 사와서 숙소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해외에 나간 많은 한국 남성들이 그러듯이 라면 국물과 여타 안주에 소주 한 잔을 걸치기로 한 것입니다. 마침 숙소 주변에는 대형 재래시장이 있었습니다. 오사카의 대표적 번화가 중 한 곳인 닛폰바시에 위치한 '쿠로몬시장(黒門市場)'이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170년 전통의 쿠로몬시장은 오사카의 부엌을 책임진다는 말이 있을 만큼 각종 먹거리가 풍부한 곳입니다. 시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라면, 과일, 과자 등을 집어 든 저희의 눈에 오뎅 가게가 들어왔습니다. 60살은 족히 된 것 같은 주인 아저씨가 다양한 종류의 오뎅을 바구니에 담아 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곧 문을 닫아야 하는 일요일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떨이로 어묵을 파는 듯 했습니다.
손님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눈치챈 저희들은 가격을 깎아보기로 했습니다. 10개에 500엔(약 5000원)인 어묵을 400엔(약 4000원)에 줄 수 있는지 넌지시 물어봤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노(No)'였습니다. 거듭된 요청에도 주인 아저씨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거절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작전을 바꿨습니다.
500엔에 살 테니 대신 오뎅 2개를 서비스로 그냥 줄 수 있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주인 아저씨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だめはだめです)"라는 단호한 한 마디에 오히려 포기해야 했습니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오뎅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제 값을 다 주고 10개를 구입했습니다.
<사진 출처: 파노라미오(http://www.panorami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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