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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동북아시아

일본 재래시장에서 가격 흥정과 한일 문화 차이(1)

by junghwan 2017. 6. 3.

일본 재래시장에서 가격 흥정과 한일 문화 차이

일본 '원리원칙' vs 한국 '융통성'


지난 2012년 5월 하순 일본 오사카에 출장을 갔을 때 겪은 흔치 않은 경험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사소한 일상의 한 장면이었지만, 한국과 일본을 왜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부르는지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아닌가 싶습니다. 공식 일정이 거의 끝난 일요일 늦은 오후 저희 일행은 한 잔(?) 생각이 간절해졌습니다. 

일정에 다소 여유가 생긴 만큼 술과 안주거리를 사와서 숙소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해외에 나간 많은 한국 남성들이 그러듯이 라면 국물과 여타 안주에 소주 한 잔을 걸치기로 한 것입니다. 마침 숙소 주변에는 대형 재래시장이 있었습니다. 오사카의 대표적 번화가 중 한 곳인 닛폰바시에 위치한 '쿠로몬시장(黒門市場)'이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170년 전통의 쿠로몬시장은 오사카의 부엌을 책임진다는 말이 있을 만큼 각종 먹거리가 풍부한 곳입니다. 시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라면, 과일, 과자 등을 집어 든 저희의 눈에 오뎅 가게가 들어왔습니다. 60살은 족히 된 것 같은 주인 아저씨가 다양한 종류의 오뎅을 바구니에 담아 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곧 문을 닫아야 하는 일요일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떨이로 어묵을 파는 듯 했습니다. 

손님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눈치챈 저희들은 가격을 깎아보기로 했습니다. 10개에 500엔(약 5000원)인 어묵을 400엔(약 4000원)에 줄 수 있는지 넌지시 물어봤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노(No)'였습니다. 거듭된 요청에도 주인 아저씨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거절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작전을 바꿨습니다. 

500엔에 살 테니 대신 오뎅 2개를 서비스로 그냥 줄 수 있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주인 아저씨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だめはだめです)"라는 단호한 한 마디에 오히려 포기해야 했습니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오뎅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제 값을 다 주고 10개를 구입했습니다.

<사진 출처: 파노라미오(http://www.panorami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