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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동북아시아

중국 유일의 환경보호도시, 항주

by junghwan 2017. 2. 12.

처음 외국행 비행기를 탄 것은 신문사 재직 시절의 일이었습니다. 2년차 막내 기자였던 2005년 봄 중국으로 출장을 떠나면서 해외에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었습니다. 난징을 시작으로 황산, 항주, 상해 등을 거치는 일정을 소화하며 중국의 여러 도시를 방문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그 중 항주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중국에서도 자연 경관에 관한 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환경보호도시의 매력이 넘쳐났기 때문입니다. 물론 황산이나 계림, 장가계 등도 탁월한 경치를 자랑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항주의 차분하면서도 고즈넉한 멋스러움 또한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중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서 항주에 대해 썼던 글을 공유해 봅니다^^ 

<기사 출처: 매일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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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일의 환경보호도시, 항주

 

`상유천당 하유소항(上有天堂 下有蘇杭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소주 항주가 있다)'

옛 고사처럼 항주는 비단과 물, 미인으로 유명한 중국의 대표적 관광도시다. 평야가 대부분인 다른 대도시와는 달리 산과 강, 호수가 35%를 차지하고 있으며 거리는 플라타너스를 비롯, 25종류 나무들로 덮여 있다. 만리장성, 계림산수와 함께 중국 3대 명승지로 꼽히는 서호(西湖)도 항주에 있다.

서태후가 넋을 잃었다는 항주의 아름다움이 계속 보존될 수 있는 길이 작년에 열렸다. 중국 정부가 항주를 환경보호도시로 지정한 것. 실제로 항주에서는 오토바이를 찾아볼 수 없다. 대기 오염을 막기 위해 모든 오토바이의 사용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대신 배터리를 충전한 자전거가 시민의 발 역할을 한다.

시내를 오가는 택시도 자연을 상징하는 녹색을 띠고 있다. 해마다 18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치곤 도로가 좁지만 항주시는 도로를 넓히지 않는다. 도로를 확장하면서 자연을 해치기보다는 교통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생각이다. 


서호에서 관광객들을 태우는 유람선도 발전기가 아닌 배터리로 운행된다. 서호 주변에는 식당을 차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화장실도 찾아보기 어렵다. 또 5개의 호수로 이루어진 서호에서 가장 면적이 큰 외호만이 관광객들에게 개방된다. 


나머지 호수는 진주와 물고기 양식장으로 이용하며 사람의 손길을 멀리하고 있다. 서호를 너무 그리워한 나머지 대운하 건설을 강행했다는 수양제의 항주 사랑은 1400여년이 지난 오늘날 중국인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항주에서 들은 재미있는 얘기 한 가지. 항주에서는 매일 아침 7시에 일기 예보를 한다. 그런데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7,8월에는 유달리 39.3도, 39.7도 등을 알리는 목소리가 자주 들린다고 한다. 실제 온도는 40도를 훌쩍 넘는데도 말이다.

알고보니 이는 중국 헌법 때문이었다. 중국 헌법은 당일 기온이 40도가 넘으면 국민들의 출근을 금지한다. 무더위로 발생할 수 있는 인명 피해도 문제지만 무엇보다도 에어컨 가동에 따른 전력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손을 놓을 수 없는 기업들은 방송국에 로비(?)를 펼쳐 39.8도 식으로 일기예보를 조작하고, 결국 근로자들은 일터로 발길을 향하는 해프닝이 반복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