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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동남아시아

인도네시아 성 소수자 이야기(1)

by junghwan 2017. 10. 31.

무슬림 국가에서 만난 '와리아(Waria, 여장 남자)'

인도네시아의 성 소수자 이야기


#1. 인도네시아 제3의 도시 반둥에서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퇴근 길 여기저기서 차량을 향해 손을 흔드는 짧은 치마 차림의 젊은 여성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도로 안쪽으로 성큼 들어와 운전자와 탑승자를 유혹하는 모습에 처음에는 직업 여성들일 것으로 짐작했다. 

하지만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사이 차량 옆으로 바싹 다가온 이들은 일반 여성과는 자못 달랐다. 흔치 않은 진한 화장과 골격 있는 몸매, 그리고 과장스러운 몸짓까지. 현지인 친구는 이들이 '와리아(Waria)'라고 귀띔했다. 인도네시아어로 여성을 뜻하는 와니따(wanita)와 남성을 의미하는 쁘리아(pria)를 합성해 만든 용어로, 바로 여장 남자였던 것이다.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체류 기간 동안 종종 와리아를 접할 수 있었다.

#2. 인도네시아 생활 초기 현지 모바일 문화를 체험하고 새로운 친구도 만나기 위해 모바일 채팅 사이트에 가입했다. 몇몇 채팅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다양한 친구들을 사귀게 됐고, 젊은 층이 즐겨 사용하는 구어체 표현에도 차츰 익숙해져 갔다. 다소 의아했던 것은 여성들만큼은 아니지만 현지 남성들의 친구 요청이 유달리 많았다는 점이다. 

물론 동성끼리도 얼마든지 친구가 될 수 있고, 이는 지구촌 대부분에서 어색하지 않은 현상일 것이다. 하지만 젊은 남성들이 메시지를 보내는 빈도가 잦았고, 이에 더해 사적인 질문을 던지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예상치 못했던 인기 아닌 인기(?)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동성애를 추구하는 인도네시아인들이 제법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