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인도네시아 꿈꾼 한국인 영화 감독
자카르타 쁘땀부란 공동 묘지 내 허영 무덤을 찾아서
본격적으로 인도네시아로 옮겨 오기에 앞서 종종 자카르타 출장길에 올랐던 지난해 4월의 어느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기승을 부린 찜통 더위 탓에 연신 차가운 물을 들이키면서도 자카르타 시내에 위치한 쁘땀부란(Petamburan) 공동 묘지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겁지 않았습니다. 빠듯했던 업무를 무사히 마치고, 한국인이 장본인인 인도네시아 유적지 탐방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특히 국내에도 제법 알려진 가까운 일본, 중국 등지의 유적이 아닌 적도에 인접한 동남아의 대지에 잠들어 있는 조상의 흔적을 만난다는 기대감이 몰려 왔습니다. 통역을 자처한 현지인 친구의 도움으로 버스를 몇 번 갈아타면서 오후 2시경 쁘땀부란 묘지에 도착했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허영이라는 인물을 잘 알거나, 그에 대해 남다른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업무 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을 방문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동남아의 풍경에 조금씩 익숙해져 갔습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해외에 나가면 어린아이 마냥 들뜨는 천성 탓에 뭔가 새로운 것을 찾아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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