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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추억

'아리랑' 주인공 독립 운동가 김산 아들 고영광씨

by junghwan 2017. 1. 8.


2010년까지 신문사에서 근무하면서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 중에는 지금도 기억에 남는 흔치 않은 만남도 여럿 있었습니다. 님 웨일즈의 소설 '아리랑' 주인공으로 국내에도 제법 알려진 독립 운동가 김산의 아들 고영광씨와의 인터뷰가 대표적입니다. 지금은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해지기도 하는데요. 당시 고영광씨를 취재했던 기사를 공유해 봅니다.

<기사 및 사진 출처: 매일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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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항일운동한 아버지 재평가 보람
고국 찾은 독립운동가 김산 아들 고영광씨

"한국이 부강한 독립국가로 성장하는 것이 아버지의 평생 소원이었습니다. 비록 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제가 한국의 발전상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일본의 스파이로 몰려 33세의 젊은 나이에 중국에서 총살된 독립운동가 김산(본명 장지락). 미국의 여류작가 님 웨일즈의 소설 '아리랑'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진 김산의 유일한 혈육 고영광씨(72)에게 한국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사실 고씨가 김산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30살이 넘어서였다.

조씨 성의 중국 여성이었던 어머니(김산 부인)가 고씨 성의 중국인과 재혼하면서 고영광으로 불리게 될 정도로 어렸을 때는 중국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로부터 김산에 대한 얘기를 듣는 순간 아버지가 태어난 나라 한국은 고씨에게도 조국이 됐다.

김산에 대한 일본 간첩 혐의가 부당함을 확신한 김씨는 1970년대 후반 중국 공산당 중앙 조직부장에게 직접 편지를 써서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해 달라고 탄원했다. 결국 1983년 김산에게 씌워졌던 불명예가 모두 제거됐고 고씨와 두 아들 역시 한족에서 조선족으로 정체성을 회복했다. 그는 "처음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들었을 때 너무 비참하고 화가 났다"며 "아버지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민족과 정체성의 중요함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제63주년 광복절을 맞아 국가보훈처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고씨에게는 실제 한국 사랑이 넘쳐났다. 그는 "아버지에 대해 알게 되면서부터 한국이라는 나라가 절실하게 다가왔다"며 "몸 속에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중국 북경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고씨는 남한과 북한의 통일에 대해서도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남북한이 하나의 민족인 만큼 서로 노력해서 평화롭게 통일을 이루길 바란다"며 "통일이 되면 아버지의 고향인 평안북도 용천에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4년째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는 고씨는 두 아들과 함께 한국을 꼭 방문하고 싶다는 바람도 숨기지 않았다. "한국어를 열심히 배워 두 아들에게 할아버지가 독립을 위해 일생을 바친 한국의 모습을 빠짐없이 설명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