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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추억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미국 하버드대 교수

by junghwan 2017. 1. 5.

얼마 전 미국 보스턴 지역의 한인 커뮤니티 보스턴코리아(www.bostonkorea.com)에 실린 '하버드대 교수가 한국 고대사 연구를 포기한 까닭' 제목의 뉴스를 우연히 접했습니다. 국내 주류사학계부터 미운 털이 박히고 그 결과 자금 지원이 중단되면서 더 이상 '고대한국사프로젝트(Early Korea Project)'를 진행할 수 없게 된 바잉턴 교수의 사연을 읽으면서 문득 예전 생각이 났습니다. 


바로 신문사 기자로 활동하던 2009년 여름 바잉턴 교수를 만났던 기억이 떠오른 것입니다. 고마움과 미안함이 교차되는 바잉턴 교수의 인터뷰 기사를 공유해 봅니다.



<기사 및 사진 출처: 매일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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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보다 한국 더 잘 아는 미국인

梨大 서머스쿨 한국고대史 수업하는 바잉턴 교수

"한국문화에 더 큰 자부심 갖기를 바라"

 


"다양성과 혁신의 관점에서 한국 고대 문화는 대단히 우수합니다. 한국인들이 한국 문화에 대해 더 큰 자부심을 갖기를 바랍니다." 


한국을 한국 사람보다 더 잘 아는 외국인을 인터뷰하는 일은 흔치 않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달 29일 미국 하버드대 마크 바잉턴 교수(46)와의 만남은 특별했다.


유창한 우리말로 '광개토대왕릉비', '한사군' 등을 얘기하며 고대 문화의 특징을 조목조목 설명하는 바잉턴 교수에게는 푸른 눈의 역사학자의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만큼 민족의 정체성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해 소홀했던 자신을 되돌아보는 반성의 시간이 되기도 됐다.


이화여대 서머스쿨에서 '한국 고대사와 고고학 탐험'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바잉턴 교수의 공식 직함은 하버드대 한국 고대사 연구실장이다. 하버드대에서 추진되고 있는 각종 한국 고대사 연구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는 바잉턴 교수의 한국과의 인연은 198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3~84년 대구에 위치한 미군 부대에서 근무하며 한국과 한국어를 접한 것이 계기가 됐다. 군복무를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여름이면 휴가차 한국을 방문해 여행을 하면서 바잉턴 교수는 점점 한국 역사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이후 IBM, 렉스마크 등 기업에서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등 동양어를 프린트로 출력하는 업무를 담당하며 한국과의 연을 이어간 바잉턴 교수의 눈에 띈 것은 고대사를 다룬 역사책들. 삼국유사 번역본을 읽고 삼국사기를 직접 영어로 옮기면서 한국 사랑은 더욱 커졌다.


그는 "학부 때에는 컴퓨터과학을 전공했는데 한국을 알게 된 뒤 진로를 바꾸기로 결심했다"며 "하버드대 석굛박사 과정에 진학해 동아시아 언어와 문화를 배우면서 한국 고대사를 본격적으로 공부했다"고 설명했다. 바잉턴 교수가 열정을 쏟은 분야는 삼국시대를 전후한 고구려, 부여의 역사와 문화. 신라와 백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 학자들로부터 외면받은 이들 고대 국가를 연구하면서 중국, 북한 지역의 유적지들도 여러 차례 다녀왔다.


밤새 기차를 타고 고구려의 두 번째 수도인 국내성(현 중국 지안 소재)을 찾았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고,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에 대해 고구려는 중국이 아닌 한국의 영토라고 당당히 밝힌 바잉턴 교수가 발견한 한국 문화의 장점은 무엇일까.


그는 "한반도라는 좁은 공간에 놀랄 정도로 다양한 문화가 존재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라며 "무덤, 의식에서는 비슷한 양식이 나타나지만 미술 등 예술 작품은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고구려 등 개별 국가들이 내외부 세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혁신을 추진했는데 이는 현대 한국 문화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래서일까. 한국 문화의 단점을 꼽아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딱히 말할 게 것 없다"고 귀띔한 바잉턴 교수는 한국 고대사가 국제 사회에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그는 "역사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북미에서 한국 역사를 공부하는 학자는 4명에 불과하다"며 "하지만 최근 서양 학계에서 부상하고 있는 '국가 형성(State Formation)' 학문의 모범 연구 사례가 될 수 있는 등 한국 고대사의 학문적 가치는 뛰어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얼리 코리아 프로젝트(Early Korea Project)' 등을 통해 서구 사회에 한국 역사를 알리는데 정성을 쏟고 있다는 바잉턴 교수는 한국 문화에 대한 한국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당부했다. "내부적으로는 학생들에게 역사의 의의를 일깨워주는 교육 시스템을 마련하는 한편 외부적으로는 한국 문화 소개에 팔을 걷어붙인다면 문화 강국의 자부심도 높이고, 국제 사회의 지식도 넓힐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