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국립박물관(Muzium Negara)'를 찾아서
쿠알라룸푸르에서 만난 말레이시아 역사, 문화의 보고
동남아시아 특유의 무더위가 연신 땀을 훔치게 했던 2013년 4월 말 말레이사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 현지 업무를 마친 저의 발길은 쿠알라룸푸르 교통의 중심지인 KL Central 역으로 향했습니다. 빠듯한 해외 출장 길에도 가능한 짬을 내는 박물관 답사의 목적지가 인근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말레이시아 국립박물관(Muzium Negara)'입니다.
우리나라의 서울역을 떠올리게 하는 KL Central 역과 인접한 말레이시아 국립박물관은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박물관 중 한 곳입니다. 1963년 문을 연 뒤, 지금은 말레이시아 정보통신문화부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 등 외국인들이 제법 눈에 띄인 국립박물관에 5링깃(약 1800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습니다.
말레이시아 전통 가옥의 디자인을 형상화한 2층 건물의 국립박물관은 총 4개 전시관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1층에는 초기 시대 및 말레이 왕조 시기의, 2층에는 식민 시대와 근현대 말레이시아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립박물관이 그렇듯이, 역사의 주요 흐름을 기록하고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유물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청동기시대 및 철기시대의 유적, 장승과 토우를 연상시키는 목조 조각품, 원주민 의상과 전통 양식의 문, 부족 지도자들의 모임 등 친숙한 박물관의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일부 초기 유물은 무려 20만년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설명이 안내 팜플렛에 적혀 있기도 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식민 지배 및 독립과 관련된 유물, 사진들이었습니다. 이웃한 대다수 동남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말레이시아 역시 오래 동안 포르투갈, 영국 등 서구 열강과 일본의 영향력 아래에 놓여 있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저항 및 독립 운동의 흔적이 박물관 곳곳에서 발견됐습니다. 몽고의 침입, 일제 강점기 등 시련을 겪었던 우리 역사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와 함께 국교인 이슬람교는 물론 불교, 힌두교 등의 색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다종교 사회의 특징도 비교적 뚜렷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역사를 연대기 순으로 다루는 점은 우리나라 박물관과 유사했습니다. 하지만 1900년을 전후로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이 구분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국립박물관 한 곳에서 예술, 민속, 기술 분야를 포함한 근현대 역사를 망라하는 점이 색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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