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쁘땀부란(Petamburan) 공동묘지 허영 무덤을 찾아서(12)

자카르타 쁘땀부란(Petamburan) 공동묘지 허영 무덤을 찾아서

 

하지만 꼬박 7시간을 비행기에서 보낸 뒤 마주한 묘지는 예상과는 사뭇 달랐다. 묘지 여기저기에서 낙서가 발견됐고, 파손 및 변색의 자국도 역력했다. 주변 역시 빈 병과 과자봉지, 담배꽁초 등 쓰레기로 가득 했다. 현충원과 같은 풍경을 예상했던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거의 방치돼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묘지들의 상황도 비슷했다. 심지어 무덤 옆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연을 날리며 왁자지껄 떠드는 현지인들도 쉽게 눈에 띄었다. 마치 주말을 맞아 놀러 나온 가족, 친구들 같았다. 인도네시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조차 부족한 때라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공동묘지를 일상의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지 문화이고, 그래서 허영의 묘지도 엄숙함과는 거리가 먼 것일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