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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대학 꼭 가야해?(Should Go to a College?)'

by junghwan 2017. 1. 28.

유난히 무더웠던 2012년 여름의 기억입니다. 생애 최초로 '대학 꼭 가야해?' 제목의 전자책을 출간했습니다. 신문사 재직 시절 공저 서적에 이름을 올린 적이 몇 번 있었고, 또 종이책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부족하나마 1인 저자로 완성한 첫 출간물에 나름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물음표가 달린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대학 진학이 당연시돼 온 한국 사회의 풍조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그리고 졸업장을 받기 위해 등에 떠밀려 대학에 진학하기 보다는 학생들의 꿈과 적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하루 빨리 교육의 초점을 옮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고졸 취업이 확산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대학 학위가 없어도 무시당하지 않고 건강한 중산층으로 살아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개개인의 입장을 존중하는 진정한 교육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고졸취업 활성화 아이디어가 불현듯 떠오른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직 언론사에서 근무하던 2009년 봄에 있었던 일입니다전국의 특성화고 등에 학교용 인터넷 쇼핑몰 구축을 지원하는 한 기업 직원들과 저녁을 함께 했습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굴비로 유명한 전라남도 영광의 법성고 얘기가 나왔습니다특성화고인 법성고 교사와 학생들이 법성몰이라는 쇼핑몰을 열고 굴비모싯잎 송편 등 지역 특산품을 팔고 있다는 것입니다. 1년이 채 안 된 지방의 학교 쇼핑몰이 많게는 한 달에 1000만원을 번다는 설명에 귀가 번쩍 띄었습니다곧바로 약속을 잡고 방문한 법성고의 사례는 과연 훌륭한 기사가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법성고 이야기에는 단순히 좋은 기사를 뛰어넘는 뭔가가 있었습니다. 특성화고 졸업생에게는 차별과 소외를, 대학 졸업생에게는 스펙 경쟁과 취업난을 가져온 대학 진학률 80% 학벌 지상주의 사회의 병폐를 치유해줄 작지만 의미 있는 소식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꼈습니다. 


제 기사가 나간 뒤, 다른 국내 언론에서 경쟁적으로 취재에 나서고 심지어 일본의 창업 전문가도 벤치 마킹하러 오는 것을 보면서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대학 꼭 가야해?’는 이러한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법성고 취재 후 모범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사례를 본격적으로 다뤄야겠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고, 마침내 6개 학교를 지면을 빌어 소개하게 됐습니다. 


설립 배경과 지향하는 바도 다르고, 아직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직업교육 전문학교로 불리기에는 부족한 면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고졸 인재 양성을 위해 경쟁력을 키워 가는 학교들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법성고(학교기업)’, ‘서울여상(인성교육)’, ‘수원농생명과학고(맞춤형 교육)’, ‘인덕공고(국제화)’는 본보기가 될 만한 특성화고 들입니다. 마이스터고인 수원하이텍고(산학협력)’ 원주의료고(차별화)’ 2013 2월 첫 졸업생이 손꼽아 기다려지는 고교들입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이들 학교에서 불기 시작한 변화의 훈풍이 전국으로 퍼져 나가 뿌리 깊은 사농공상 문화가 조금씩 바뀌어 나가기를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