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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주저리/신변 잡기

땀방울이 알려준 봉사활동의 소중함과 가치

by junghwan 2017. 2. 8.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는 말이 최근처럼 메아리치는 때도 없는 것 같습니다. 탐욕과 이권에 눈이 멀어 국정을 농단해 온 세력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법의 심판대로 불려나가는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일상의 소금 역할을 자처하는 이웃들이 더욱 고맙게 느껴집니다. 

벌써 4년 반 전의 일이지만 저도 소박하게나마(?) 땀방울을 흘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줄곧 후원해 오고 있는 한국 해비타트 건축 현장에서입니다. 무더위에 땀을 비 오듯이 쏟은 만큼 뿌듯함도 한 가득 몰려왔던 2012년 7월 '천안 희망의 마을 집짓기' 자원봉사 체험을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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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볕 더위 속에 열린 한국 해비타트 후원자빌드

'천안 희망의 마을 집짓기' 현장을 가다



이제 트러스 3개만 더 조립하면 되네요.” “못은 제가 가져올게요.”


장마가 물러가고 불볕더위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7월 셋째 주 토요일. 충남 천안시 교촌리 143번지 일대에는 오전부터 망치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한국 해비타트의 '천안 희망의 마을 집짓기' 현장인 이 곳에는 이날 반가운 얼굴들이 나타났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정기회원들이었습니다. 한국 해비타트에 매달 일정 금액 이상을 후원하는 회원들이 자원건축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모인 것입니다. 10년 가량 한국 해비타트를 후원해 온 저 역시 처음으로 후원자빌드에 참여했습니다.


개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현장 소개, 안전 수칙 등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받은 후원자들은 일터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새벽 같이 출발하느라 피곤할 법도 하지만 안전모를 쓴 모습에서는 설레임이 느껴졌습니다. 건축이 진행 중이거나 이미 완공된 세대를 바라보며 몸풀기 체조를 마친 후원자들은 본격적으로 현장에 투입됐습니다. 15명의 후원자들과 함께 제가 배정받은 작업은 트러스(truss) 조립이었습니다. 목재나 강재를 삼각형 그물 모양으로 짜서 하중을 지탱시키는 구조인 트러스의 주요 부분에 못을 박고 조립하는 일이었습니다. 


군복무를 마친 대부분의 남성들이 그렇듯이 저에게도 망치질이 전혀 낯선 것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오토캠핑을 다니면서 종종 망치를 손에 들곤 했습니다. 하지만 건축 현장에서의 강도 높은 망치질은 차원이 달랐습니다 트러스 한 개를 조립하는데 1인당 평균 50개에 가까운 못을 박아야 했습니다. 경험은 있지만 전문적으로 해 온 일이 아닌 까닭에 곧 팔의 힘이 떨어졌고, 엄지 손가락에는 물집이 잡혔습니다


트러스 4개를 조립한 뒤의 점심 배식이 유달리 꿀맛이었던 것도 오전 일과만으로도 충분히 에너지를 소비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약간의 휴식에 이어 오후 작업이 재개됐습니다. 사실 폭염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시간대라 다소 걱정도 됐습니다. 하지만 체력 감소와 반비례해 일의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작업 속도는 일정하게 유지됐습니다. 건축 봉사활동 경험이 있는 후원자들이 앞장서 망치질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작업 종료 10분 전인 3 50분경 할당량 10개를 무사히 채우며 즐거운 마음으로 땀방울을 닦아낼 수 있었습니다.


무더위와 씨름을 하며 땀을 쏟아낸 탓에 돌아오는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금새 골아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스스로가 대견하고 뿌듯하다는 생각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힘껏 박은 못의 개수만큼 어려운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 절로 미소가 번졌습니다. 자비를 들여서 참가했지만, 오히려 그 이상의 보람을 안고 귀가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올 여름 육체 노동의 정직하고 이타적인 매력에 빠져 땀으로 샤워를 해보는 건 어떨까요?